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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꼬기 굴욕' 랴오닝함···체면 깎인 中 2년전 예편 장성도 처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4일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머스틴함 함장이 난간에 발을 꼬아 올린 채 랴오닝함을 지켜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4일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머스틴함 함장이 난간에 발을 꼬아 올린 채 랴오닝함을 지켜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초 ‘발 꼬기 굴욕’을 겪었던 중국 항모 랴오닝(遼寧)함을 놓고 중국 당국이 2년 전 전역했던 해군 부참모장에게 형사책임을 추궁했다.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는 지난달 29일 쑹쉐(宋學·63) 해군 전 부참모장(소장)을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전인대 대표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문은 쑹 소장이 이미 4월 8일 해군 전인대 대표 직무에서 파면됐다고 명시했다.

쑹쉐 전 해군 부참모장 [RFA 캡처]

쑹쉐 전 해군 부참모장 [RFA 캡처]

중국 해군이 쑹 전 부참모장 파면을 발표한 시점은 미국 구축함 머스틴함 함장이 갑판에 발을 꼬아 올린 채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사진이 공개된 시기와 맞물린다. 이에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중국 당국이 랴오닝함의 실전 전투능력에 문제가 발견된 뒤 책임자를 추궁하고 있으며 쑹쉐는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랴오닝함은 ‘발꼬기 굴욕’ 당시 미국과 일본 군함에 사실상 포위당하면서 실전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

야오청 중국 전 해군 중령 [RFA 캡처]

야오청 중국 전 해군 중령 [RFA 캡처]

이와 관련 과거 쑹쉐와 가까웠던 야오청(姚誠) 전 해군사령부 참모부 중교(중령, 현재 미국 거주)는 3일 RFA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줄곧 해군 장비에 불만을 표시해왔다고 밝혔다. 야오 중령은 “많은 돈을 쓰고 긴 시간을 보냈지만 전투도 못 하는 항모가 됐다”며 “이번 랴오닝함 항모 편대가 북방에서 남하하면서 미국과 일본 군함의 간섭에 지리멸렬하게 대응해 국제 망신을 당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은 줄곧 해군 장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4월 26일엔 함정 감시 트위터 계정 ‘OSINT-1’은 미국 머스틴함이 중국 항모전단 사이에 보란 듯이 끼어들어 랴오닝함을 뒤쫓는 위성사진까지 공개됐다. 군사전문가들은 미 군함이 무인지경처럼 중국 항모전단에 끼어든 것은 중국 군함이 항모를 보호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자국 항모전단의 이같은 약점을 시사했다. 우쳰(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미 구축함이 랴오닝함 전단의 정상 훈련 활동 기간 끊임없이 근거리에서 중국 함대를 관찰했다”며 “중국 훈련 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했으며 양측 함정의 항해 안전과 인원 안전에 심각한 위협으로 성격상 극히 악랄하다”고 말했다.
야오청은 이와 관련 랴오닝함의 선천적 결함을 지적했다. 스키점프대 모양의 항모로는 전자 사출기(함재기 발진 장치)를 도입 중인 미국 항모와 겨룰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바랴그 항모 구매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항모 구매를 주도한 장본인은 허펑페이(賀鵬飛) 전 해군 부사령관으로, 2001년 3월 숨진 뒤 그의 비서였던 쑹쉐가 랴오닝함 개조와 함재기 조종사 훈련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함재기 훈련 과정에서 희생된 조종사 숫자가 적지 않았다고 야오청은 밝혔다. 뒤늦게 이를 문제삼아 쑹쉐를 문책한 건 결국 최근 ‘굴욕’에 대한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트위터 계정 ‘OSINT-1’이 지난 1일 공개한 랴오닝함 항모전단 소속 군함 6척이 모항(다롄)에 정박해 있는 위성 사진. [트위터 캡처]

트위터 계정 ‘OSINT-1’이 지난 1일 공개한 랴오닝함 항모전단 소속 군함 6척이 모항(다롄)에 정박해 있는 위성 사진. [트위터 캡처]

한편 트위터 계정 ‘OSINT-1’은 지난 1일 랴오닝함 항모전단 함정 6척이 모항(다롄)에 정박해 있는 위성 사진을 또 공개했다. 이를 감안하면 남중국해 훈련을 예고했던 산둥(山東)함과 랴오닝함의 동시 항모 훈련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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