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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 첫날 1조 공매도 폭탄…코스닥·바이오株 폭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식 공매도가 국내 주식시장을 덮쳤다. 공매도 물량만 1조원 넘게 나왔다. 특히 바이오 종목이 집중된 코스닥 시장이 휘청거렸다.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된 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6% 하락한 3127.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2.2% 내린 961.81을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외국인 9559억원 공매도 나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8140억원, 코스닥 2790억원 등 총 1조930억원이었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직전 10거래일 일평균 수치(8610억원)보다 27% 늘어난 규모다. 1조930억원은 전체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25조7080억원)의 4.25%다. 이중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9559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액의 87%에 달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이 7382억원어치 공매도했고 기관(636억원), 개인 투자자(132억원)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일부 종목은 공매도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코스피는 대외 변수가 더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공매도 대상인 코스피200 지수가 0.47% 하락한 데 반해 코스닥150(-3.12%) 낙폭이 코스닥 지수보다 더 큰 것도 이를 방증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전만 해도 보합권에서 맴돌던 코스피가 오후에 낙폭을 확대했다"며 "이는 공매도 이슈보다 아시아 증시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3일 대만(-1.96%), 홍콩(-1.38%) 증시는 하락했다.

셀트리온 6%, 신풍제약 12% 폭락 

그러나 개별 종목별로 보면 코스피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가 가장 몰린 종목은 셀트리온(710억원)이었다. 이 종목 주가는 6.2% 하락했다. 공매도의 타깃이 된 LG디스플레이(491억원), 신풍제약(291억원), LG화학(278억원)도 각각 0.82%, 12.18%, 2.68% 내렸다. 바이오와 2차전지 대장주의 낙폭도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86%, SK이노베이션이 5.55% 급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5.97%), 셀트리온제약(-5.04%), 알테오젠(-4.34%), 씨젠(-8.01%) 등 바이오주가 급락을 이끌었다.

최근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들도 약세였다. 코스피에선 CJ CGV(-3.83%), 보령제약(-12.55%)이, 코스닥에선 에이치엘비(-4.23%), 다원시스(-3.88%)가 대표적이다. 대차잔고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일종의 '주식 마이너스 통장'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선 대차잔고가 늘어나면 그 주식의 매도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해석한다. 일종의 공매도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의 영향력이 지수 전체보다는 종목별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중 주가 상승률이 높고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들의 하락 폭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대차잔고 비율 증가 종목, 주가 하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차잔고 비율 증가 종목, 주가 하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공매도 조정, 매수 기회로" 

공매도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거나 실적이 부진한 종목에 타격을 주는 등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바꾸진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강세장 기조에 있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크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다음 주쯤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매도로 주식시장이 주춤하거나, 조정을 보이면 매수 기회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일 "불법 공매도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최고 한도로 제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 같은 불법 공매도를 하다가 적발되면 주문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도 내야 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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