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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평사협회장 “공시가 급등 세부담 너무 커져, 세율 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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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부동산 시세의 변동성이 커서 공시가격을 매길 때 어느정도 완충구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부동산 시세의 변동성이 커서 공시가격을 매길 때 어느정도 완충구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공시가격 산정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올리겠다고 한 데다가 집값 상승분까지 더해져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의 경우 전국 평균 19.02% 올랐고, 이에 따른 이의신청이 약 5만 건에 달한다. 지난해(3만7410건) 대비 32.6% 증가했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인터뷰 #지난 3월 취임, 공시제도 개선 TF 만들어

한국부동산원이 공시가격 총괄 업무를 맡고 있지만, 감정평가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국 땅값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가격을 감정평가사가 매긴다. 지난 3월 취임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양길수 회장을 만났다. 양 회장은 “급작스러운 공시가격 상승률에 따라 국민 부담이 너무 커진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양 회장과 일문일답.

공시가격에 대한 반발이 크다.
“현실화율 90% 목표에 집값까지 급등해 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 공시가격 관련 문제 제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공시가 6억 이하 주택의 경우 재산세율을 인하해 부담이 줄었다고 강조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70% 급등했는데 공시가 3억짜리가 5억원이 된 셈이다. 세율 인하를 받아 재산세는 줄더라도 보이지 않는 세금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뿐 아니라 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 등이 오른다). 다만 세종시의 집값이 많이 올랐고 이를 반영했기에 공시가 산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공시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과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시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방향은 맞지만 다소 과하다는 목소리에 수긍한다. 공시가는 연초 정하면 1년간 그 값이 고정되는 데 반해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은 크다. 1년 안에 시세 9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완충구간은 필요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국토교통부

최근 한국부동산원과 상생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그동안 한국부동산원과 협회가 표준ㆍ공동주택 공시가 산정 업무를 두고 오랫동안 다퉜다. 감정평가사가 아닌 부동산원 직원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하지만 이제 벗어날 때다. 지난해 감정평가 시장이 1조원으로 커졌다. 이에 반해 공시가 관련 예산은 1000억원이 안 된다. 민간 시장이 커지는 만큼 공공과 다투는 것은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재설정하려 한다. 그래서 임기 시작하자마자 공시지원실을 만들고 공시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공시제도 개선 TF의 역할은.
“우선 공시지가 산정 업무를 감정평가사가 하고 있는 만큼 협회가 관련 총괄업무를 맡았으면 한다. 현재는 개별 회원들이 부동산원의 지시를 받아 하다 보니 전문성 발휘에 한계가 있다. 협회가 맡아서 국민 신뢰를 쌓을 수 있게 연구ㆍ개발해보겠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업무는 기존대로 한국부동산원에서 하면 된다. 서로 발전적으로 경쟁하자는 취지다.”
협회가 공시지가 총괄 업무를 맡으면 더 나아지는 게 뭔가.
“공시지가를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들쭉날쭉해서는 안 된다. 협회에는 1년에 52만 건의 감정평가 사례가 쌓인다. 이 평가 전례는 실거래 가격보다 더 정교한 자료다. 실거래가는 급매 등 주관적인 상황이 개입될 여지가 있지만, 평가 전례는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가격이다. 다만 이 빅데이터는 공개할 수 없다. 의뢰인과 협회만 볼 수 있다. 협회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공시지가 업무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가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토부에 건의한 상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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