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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모욕죄 논란 확산, 조국도 “표현자유 침해” 폐지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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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대통령 모욕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자, 즉 문 대통령의 고소 의사가 있어야 성립한다.

청와대 측 “2년 전 대리인 통해 고소” #야당 “민주주의 대신 문주주의 남아” #여권선 지난달 모욕죄 폐지안 발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려 적발된 김정식(34)씨를 기소의견으로 최근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심재철)에 넘겼다. 이에 야권은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문주주의만 남았다”(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2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2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 대통령의 대리인을 통해 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고소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대리인의 고소’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는데 대리인이 고소했다는 의미냐. 만약 그랬다면 대리인이 사문서를 위조한 셈”(최진녕 변호사)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하하면 김씨가 재판에 넘겨지는 건 막을 수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고소 취하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그간 여권에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온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논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에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감정에 침해받았다고 하여 형벌권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2015년 논문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에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 일정한 법익 침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가장 중한 형법조문을 적용해 처벌하려는 시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했다.

또한 최근 ‘친조국 인사’들은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9일 모욕죄(형법 311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엔 같은 당 강민정·김의겸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김승원·문정복·문진석·윤영덕·이규민·황운하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욕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모욕죄를 삭제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는 게 발의 취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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