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수로 시신' 남동생 구속, 누나 장례식 왜 갔나 묻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인천 강화군 한 농수로에 유기한 20대 남동생이 구속됐다. 남해인 인천지방법원 당직 판사는 2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A씨(27)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 45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A씨는 “누나와 평소 사이가 안 좋았냐, 누나의 장례식에는 왜 갔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숨진 누나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평소 다툼 심해 우발적 범행” 진술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강화군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부터 누나와 함께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자택에서 B씨를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 방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나와 성격이 맞지 않고, (누나가) 잔소리를 많이 해 다투는 일이 많았다”며 “범행 당일에도 늦게 들어왔는데 누나가 잔소리를 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우발적 범행이란 것이다. 범행 열흘 뒤 A씨는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렌터카로 운반한 뒤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석모도는 친척 집이 있어 그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A씨는 범행 후 자신과 누나가 서로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기록을 부모에게 보여줘 가출신고를 취소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지방에 사는 A씨 어머니는 B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가출신고를 했다. 그러자 A씨는 누나와 주고받은 것처럼 메신저 대화 기록을 꾸몄다. 자신의 계정으로 누나 계정에 ‘걱정된다.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 계정에 접속해 ‘나는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는 답장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부모에게 보여줬고, 부모는 지난달 초 신고를 취하했다.

4개월 만에 발각된 범행 

 지난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발견된 농수로 현장. 연합뉴스

지난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발견된 농수로 현장. 연합뉴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21일 석모도의 한 주민이 농수로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B씨는 발견 당시 1.5m 깊이의 농수로 물 위에 엎드린 채로 떠 있었다. 검은색 상·하의에 맨발인 상태였다.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 시신에서 흉기에 다수 찔린 상처를 발견했다. 휴대전화와 지갑은 없었지만, 농수로를 수색한 결과 여행용 가방을 찾았다. 경찰은 A씨가 여행용 가방을 제대로 닫지 않아 B씨의 시신이 떠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전담반을 꾸린 경찰은 B씨의 주변인과 통신·금융 내역, 대화 기록 등을 조사한 뒤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가 B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위치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9분쯤 경북 안동에 있는 A씨 부모 집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누나의 시신을 운구하는 과정에서 영정사진을 직접 들었으며, 시신이 발견될까 봐 인터넷에서 강화도 관련 사건 기사 등을 자주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A씨는 범행 후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사용하고 누나 명의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