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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까톡] 루이비통·구찌가 블록체인에 관심갖는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명품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값비싼 가치를 강조하며 고유한 시장을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소비자 성향의 변화로 ‘변해야 사는’ 일대 기로에 섰습니다. ‘명품까톡’에선 글로벌 력셔리 업계의 뉴스와 그 이면을 까서 볼 때 보이는 의미를 짚어봅니다.    

사진 언스플래쉬

사진 언스플래쉬

샤넬·루이비통 같은 명품과 디지털은 오랫동안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여겨졌습니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제작하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에 제품 사진을 좍 올려놓고 클릭 하나로 휙휙 사고파는 것에 손사래를 치곤 했죠. 하지만 명품 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이 오히려 자신들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명품 블록체인 컨소시엄 출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숍.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숍.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 3사인 루이비통·까르띠에·프라다는 최근 블록체인 플랫폼인 ‘아우라(Aura)’ 컨소시엄을 구축했습니다. 아우라의 목적은 명품 업계의 골칫덩이인 ‘짝퉁’ 방지입니다.
일례로 루이비통 가방은 아우라 플랫폼을 통해 고유한 디지털 코드를 받게 됩니다. 여기엔 무슨 재료로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환경과 윤리규정은 제대로 지켰는지, 소유권은 누구에게 넘어갔는지 모든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일종의 ‘디지털 정품 인증서’인 셈이죠. 지난해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거래된 위조·모조품이 1000조원대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유용한 보안장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명품까톡](1)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인증서가 요즘 뜨거운 화두인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 토큰)’입니다. 이미 카카오의 디지털지갑인 ‘클립(Klip)’에선 디지털카드(NFT) 방식으로 된 명품 상품권을 보관했다가 실물로 바꾸거나,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전송해 선물할 수도 있습니다. NFT가 정품 인증서이자 실물 교환권 기능을 하는 겁니다.

기술이 붙을수록 돈이 된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들이 블록체인 기술, 구체적으로 NFT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비단 정품 인증 때문만은 아닙니다. 짝퉁으로 인한 손실도 막아주지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거죠. NFT 칩이 삽입된 명품의 경우 ‘정품 감정 작업에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유통사에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이유로 소유자가 중고 시장 등에서 재판매(리셀)할 때마다 브랜드에게 일정 부분 로열티가 지급되도록 인코딩할 수도 있죠.

제이콥앤코의 'SF24' NFT시계. 사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제이콥앤코의 'SF24' NFT시계. 사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한정판’이나 ‘스페셜 에디션’에 끌리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명품 시계 업체 제이콥앤코가 ‘SF24’라는 초고가의 시계를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친 게 좋은 예입니다. 낙찰자가 갖게 되는 건 시계 위쪽의 날개(플랩)가 넘어가면서 세계 24개 도시와 표준 시간이 보이는 10~15초짜리 3차원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NFT시계는 진짜 팔렸고 제이콥앤코는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벌었습니다.

디지털 명품도 ‘진품명품’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볼 수 있는 구찌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의 모습.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볼 수 있는 구찌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의 모습.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기성세대에겐 조금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게임이나 e스포츠, 가상현실 속 캐릭터(아바타)에 입히는 가상 명품을 만들어 팔 수 도 있습니다. 가공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지만 현실 세계가 포함된 가상세계입니다.
10·20대에게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는 ‘또 다른 나’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들이 파란색 피부의 ‘나비’족이 된 자신의 아바타를 ‘나’라고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들에게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명품 옷을 사 입고 멋을 부리는 건 실제 명품 옷을 사는 것처럼 중요합니다. 즉 가상세계에서도 루이비통·구찌·발렌티노·지방시 등 브랜드의 디지털 명품들을 NFT를 통해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피카프로젝트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마리 킴의 ‘미싱 앤 파운드’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낙찰됐다. 사진 피카프로젝트

피카프로젝트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마리 킴의 ‘미싱 앤 파운드’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낙찰됐다. 사진 피카프로젝트

이 밖에 ‘고유함’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예술가와 명품 브랜드가 협업해 작품(제품)을 내놓거나, 증강현실(AR)로 소비자가 체험해 볼 수 있는 제품을 별도로 ‘NFT 컬렉션’으로 만드는 등 활용 방안은 다양합니다. 패션 분야 전용 블록체인인 ‘룩소’를 창업한 마저리 에르난데스는 “명품 브랜드들은 e커머스 트렌드에 뒤처져 있었기 때문에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을 실험하려는 의지가 크다”고도 했죠.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정품 인증과 마케팅 측면에서 명품 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고, 명품 브랜드와 디지털·IT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한 동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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