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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속 지분 절반 받은 이재용, 그룹 지배력 강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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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13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절반을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받았다. 재계에서는 유족 간 합의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상속이 이뤄졌다고 풀이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 다른 보유 주식은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세 자녀에게 법정 상속비율인 3:2:2:2로 상속됐다.

고 이건희 회장 주식 상속 공시 #이 부회장 생명 지분 10.44%로 늘어 #가족 간 합의로 지배구조 안정화 #삼성전자 등은 법정비율로 상속 #4000억 대출 받아 1차 상속세 납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는 30일 오후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를 통해 이 회장의 지분 상속 내용을 공시했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은 삼성전자(2억5000만 주·4.18%)와 삼성생명(4152만 주·20.76%), 삼성물산(3267만 주·2.88%), 삼성SDS(712만 주·0.01%)로 상속세 납세 기준으로 약 19조원어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삼성생명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은 모두 삼성가(家) 유족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았다. 홍 전 관장이 3분의 1을,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 받았다. 다만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에게 50%에 해당하는 2076만 주를 몰아주고, 홍 전 관장은 상속을 받지 않았다. 이부진 사장은 1384만 주, 이서현 이사장은 692만 주를 받았다. 세 자녀의 지분 비율은 대략 3:2:1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서 상속 후 10.44%로 높아진다. 삼성물산 다음으로 2대 주주, 개인으로는 최대주주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지분을 몰아줌으로써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지분 상속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17.97%)이자, 삼성생명의 2대 주주가 됐다.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5조7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이 부회장의 기존 자산은 9조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주식 가치는 삼성생명 1조7000억원, 삼성전자 4조5000억원, 삼성물산 1600억원, 삼성SDS 4억원 등 총 6조3700억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50%를 이 부회장에게 몰아준 것은 홍 전 관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을 돕기 위해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 지분 배분에서는 가족들이 법정 비율을 지켜 각자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가족의 세무대리인인 김앤장은 이날 서울 용산세무서에 유가족을 대리해 12조원대의 상속세를 신고하고, 1회차 상속세로 신고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가량을 납부했다. 유가족은 1회차 상속세를 내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이 지난해 삼성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1조3079억원이다. 여기에 각자 보유하고 있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모았는데도 약 4000억원이 부족해 시중은행 두 곳에서 각각 2000억원씩 신용대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앞으로 5년간 6회에 걸쳐서 상속재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연부연납 가산금을 고려하면 매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한 번에 내야 하지만 내야 할 금액이 2000만원이 넘으면 신고·납부 기한 안에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다. 유가족이 상속세를 신고함에 따라 세무당국은 상속 재산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신고한 상속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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