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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냐 전략이냐…IPO 대어 카카오페이 공모가가 9만6300원?

중앙일보

입력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의 공모 예정 금액, 희망 공모가 범위가 공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기 전에 이런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다.

카카오페이는 금영엔터테인먼트의 노래방 반주기를 사용 중인 코인노래방과 일반 노래방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금영엔터테인먼트의 노래방 반주기를 사용 중인 코인노래방과 일반 노래방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공모 예정 금액 1조9000억 올렸다가 삭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카카오페이의 공모 정보가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에 공개됐다. 카카오페이가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날이다.

일반에 공개된 카카오페이 예비심사 청구 개요에는 공모 예정가 7만3700~9만6300원, 공모 예정 금액 1조4740억~1조9260억원, 공모 예정 주식 수 2000만주, 상장 예정 주식 수 1억3336만7125주 등 민감한 정보가 담겼다. 일부 기관 투자가, 증권사 IPO 담당자들이 이를 발견하면서 공모 정보가 퍼졌다.

27일 관련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상장 주선인 항목도 종전엔 대신·삼성증권 순으로 적혀 있었지만, 현재 대신증권은 빠져 있다.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계산한 카카오페이 몸값은 9조8293억~12조8434억원이다. 카카오페이와 주관사 등이 최대 기업가치를 13조원으로 산정했단 얘기다. 시장 예상치와 비슷하다.

통상 공모 예정가 같은 정보는 거래소의 심사 승인이 떨어진 뒤 공개된다. 두 달가량(45영업일) 걸리는 상장 심사 기간 장외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추후 수요예측 등 단계에서 공모가 산정 시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수요예측 때 가격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심사 청구 단계에서 예정 공모가 등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후 공모가를 높게 받기 위해 공모 내용을 전략적으로 노출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흔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6일 오후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에 카카오페이의 공모 예정 금액 등 정보가 공개됐다. 현재 일부는 삭제돼 공란으로 남아 있다. [독자 제공]

26일 오후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에 카카오페이의 공모 예정 금액 등 정보가 공개됐다. 현재 일부는 삭제돼 공란으로 남아 있다. [독자 제공]

업계 "증권사 직원 실수"…주관사 "실수 아냐"

이 때문에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 직원 실수 탓이란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상장 주선인으로 대표 주관사가 아닌 대신증권을 맨 앞에 적었다는 점도 업계 관행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건이고 대신증권은 공동 주관사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펼치기 위해 가격 정보 공개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까지 극도로 제한한다"며 "가격을 원 단위까지 공개하고 공동 주관사를 맨 앞에 기재한 건 의도가 있다기보단 경험 미숙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관사 측은 "실수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공모 정보를 얼마나 자세히 기재하는지는 선택의 문제"라며 "담당 직원이 공모 금액 등을 올렸다가 투자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공모 정보를 미리 공개했다고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 공개는 증권사 판단에 맡기는 부분이다. 거래소가 제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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