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이 "전부 백신 맞자" 문서 배포…'강제접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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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 등 공무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소방 등 공무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경찰서가 직원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내용의 문서를 배포해 논란이다. 백신을 강제로 맞으라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해당 경찰서 측은 당부사항일 뿐 강요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 경찰이 먼저 건강하고 안전해야 국민을 지킬 수 있음'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올라왔다. '동대문경찰서'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문건이다.

문건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며 "경찰 백신 접종 시기가 빨라지고 일부 언론이 내부 불만 여론을 보도해 경찰청에서도 '희망자만 맞으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이후 백신 접종률이40%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찰 사회의 백신 접종 비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월 동대문서에서 확진자가 5명 발생해 수사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맞도록 합시다"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 안전뿐 아니라 경찰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역관서장들이 신경 써서 적극 참여해 접종 기회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건 경찰관의 특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블라인드에 해당 문건을 공개한 글쓴이는 "사지마비, 혈전 반응 등 부작용으로 말 많은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한다"며 "전국 모든 경찰서장이 관서장을 압박하고 전화 돌려서 백신 맞으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또 "경찰서장이 파출소장, 지구대장 등 지역관서장과 팀장들 압박하고 권고하는 건 '너 백신 안 맞으면 고과로 불이익 줄 테니 그냥 맞아'라는 말과 똑같은 뜻인 걸 누가 모르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경찰 문건. [블라인드 캡처]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경찰 문건. [블라인드 캡처]

문건이 논란이 되자 동대문경찰서 측은 "해당 문서는 동대문서 관할 지구대, 파출소장들에게 내려진 전달사항일 뿐 공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기저질환, 백신 공포감 등이 있을 경우 맞지 않아도 된다고 써놓은 점을 강조하며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단서조항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았다. 김 청장은 "경찰의 백신 우선 접종은 국민안전 수호자에 대한 배려이자 사회적 책무"라며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으로의 신속한 복귀를 위해 백신 접종에 경찰 가족 모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한다"고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도 했다.

경찰 조직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지난 26일부터 내달 8일까지 진행된다. 첫 날 0시 기준 필수인력 접종대상자(17만6347명)의 접종 예약률은 57.4%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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