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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미만, AZ는 이익보다 위험 클수도" EMA 분석 따져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접종센터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접종센터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 계약을 체결해 연내 국내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이 6600만 회분(3300만명분)으로 늘어나게 되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AZ백신은 희귀 혈전증 위험성 때문에 30세 미만에는 접종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유행 상황별, 연령별 AZ접종 이익과 위험을 분석한 유럽의약품청(EMA) 보고서가 나왔다.

25일 범정부 백신도입TF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이미 들어온 물량(175만 회분) 을 포함해 오는 6월 말까지 700만 회분이 도입된다. 나머지 5900만 회분은 7월부터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화이자뿐 아니라 얀센ㆍ모더나ㆍ노바백스 백신 등이 3분기(7~9월)에 집중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접종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23일(현지시간) AZ 백신 접종 이후 연령대별 희귀 혈전 발생 위험에 관해 추가 분석한 결과 AZ 백신 접종의 이점이 위험보다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EMA는 AZ의 드문 부작용으로 알려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은 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며 각국에 AZ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했다.

EMA "코로나 유행 심하지 않은 나라, 60대 미만 AZ접종 이익보다 위험 커"  

EMA는 연령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AZ 백신 중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와 코로나19 유행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은 연령과 해당 국가의 감염률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MA는 AZ백신 1회 접종자 기준 2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연령대별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위험과 코로나19로 입원, 중환자실 치료, 사망할 가능성을 비교했다. 여기에 2020년 9월 기준 인구 10만명당 월간 코로나19 신규확진자를 기준으로 낮은 감염률(55명), 중간 정도 감염률(400명), 높은 감염률(886명) 수준일 때를 각각 분석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 기준으로 보면 ‘낮은 감염률’ 그룹에 해당된다. AZ백신 접종후 병원 입원 치료를 예방하는 효과(이익)는 모든 연령대에서 혈전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보다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를 보면 20대에서는 AZ백신을 맞아 입원을 방지해 얻는 이득이 인구 10만명당 4명이라면, 혈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1.9명에 달했다. 이익이 위험에 비해 2.1배 컸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을수록 부작용보다 입원을 방지하는 이익이 훨씬 커졌다. 70대는 이익이 위험의 90배, 80대는 277배에 달했다.

한국 같은 낮은 감염률 그룹 기준으로 살펴보면 60대 미만에서는 AZ백신 접종후 중증 악화ㆍ사망 예방 효과가 혈전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도보다 적었다. AZ백신 접종으로 중환자실 행을 막아주는 효과와 혈전 위험 비교 결과 20~50대까지 이익보다 위험이 높았다. 60대는 이익이 3배, 70대는 12배, 80대 이상은 32.5배였다. AZ접종으로 인한 사망 예방 효과 대 혈전증 위험 비교에서도 20~50대는 위험이 더 높았다. 60대부터는 위험보다 이익이 커졌다. 60대는 이익이 3배, 70대는 28배, 80대 이상은 225배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60대 미만은 AZ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보다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입원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입원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증증 악화(중환자실 치료)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증증 악화(중환자실 치료)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갈무리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경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 방지 사례 대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부작용 사례 비교. EMA보고서 갈무리

앞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국내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사망 예방)과 위험(희귀 혈전으로 인한 사망) 정도를 비교할 때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이득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득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30대의 경우 1.7배 ▶40대의 경우 3.1배 ▶50대의 경우 10.7배 ▶60대의 경우 42.1배 ▶70대의 경우 215.5배 ▶80대 이상일 경우 690.3배 이득이었다.

정 교수는 “EMA 분석에서는 영국과 유럽 데이터를 쓰다 보니 혈전 위험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돼 있다. 한국에선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은 현재까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추정하기에 따라 편차가 크다”라고 말했다.

조은희 예방접종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유럽의 혈전증이 우리의 10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EMA 보고서를 우리나라 기준으로 볼땐 위험도를 훨씬 낮게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30세 미만에 접종제한된 AZ 백신의 접종 제한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 등은 고령자에만 AZ 백신을 접종한다. 영국은 우리처럼 30세 미만에 제한하고 있다. 덴마크 AZ 백신을 코로나19 접종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AZ종주국인 영국을 제외하면 유럽 주요국가 모두 고령층에만 AZ를 접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30세로 기준을 끊은 건 AZ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서였다”라고 지적했다. 마 부회장은 “3분기부터 화이자 백신이 대량으로 들어오게 된 만큼 접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라며 “혈전 문제 외에도 AZ백신이 젊은층에서는 발열, 몸살기운 등 이상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50대 이상에서는 적게 나타나는 점도 고려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화이자라는 대안이 생긴 이상 접종대상별로 가장 나은 백신을 맞추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정재훈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연령 제한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건 고령층ㆍ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2분기 이내에 마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험군은 이익위험 분석이 필요없을 만큼 이익이 압도적이다. 이분들에 대한 접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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