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먼저 맞는 심정"…경찰·소방, 두달 앞당겨 백신 접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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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군인·소방 등 사회 필수인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당초 6월로 예정됐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30대 미만이 제외되면서 순서가 조정됐다.

사회 필수인력은 총 80만명이 넘지만 20대를 빼면 30만명대로 줄어든다. 30만명이 모두 백신을 맞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희귀 혈전증 등 AZ 백신 부작용 대한 걱정을 표하자 희망자에 한해 지난 19일부터 예약을 받았다. 26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현장에선 기대감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경찰 간부는 A씨는 "경찰청장이 자유 의지에 따라 접종하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조직 분위기가 딱딱하다 보니 안 맞기도 눈치 보여 신청했다"며 "혹시나 직원들이 강제한다고 느낄까 봐 백신 접종 여부를 물어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 경찰청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 경찰청

AZ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일선 경찰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방역 당국이 경찰관 개인 연락처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본인 동의 하에' 시스템에 접속해 시간·장소를 예약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같은 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접종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으로 신속하게 복귀하기 위해 백신 접종에 경찰 가족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며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적었다.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단 효과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 간부 B씨는 백신 접종이 두 달여 앞당겨진 데 대해 "이왕 맞아야 하는 거라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심정으로 예약했다"며 "집단면역 등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부작용 확률은 낮고 효과가 크니 당연히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설마 맞고 죽기야 하겠나'라고 위로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보건소에서 여주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보건소에서 여주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AZ 백신 부작용이 주로 젊은 층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지면서 2030 세대의 불안감은 크다. 군인 정모(30)씨는 "내가 소속된 사격대 10명 중 3명은 안 맞는다"며 "한 선임은 '건강한 간호조무사가 AZ 백신 맞고 사지 마비 됐다는데 나도 그럴까 겁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불안해서 백신 안 맞겠다고 하는 직원 대부분은 30대"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덜한 편이다. 지난달 이미 1만명이 넘는 구급대원들이 AZ 백신을 맞으면서다. 소방 관계자는 "접종을 마친 구급대원들 중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특이점이 발견된 경우가 없다"며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접하는 직군인 만큼 접종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권혜림·심석용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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