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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시진핑·푸틴 연설때…역사적 화상회의 역사적 실수들[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는 여러모로 역사적인 행사였다.
미국이 이제 기후변화 문제 있어 운전대를 쥐겠다고 공표하는 자리인 동시에, 미국과 극한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 정상까지 참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는 40개국 정상이 디지털로 모인 게 이번이 최초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그러나 최초의 행사였던 탓인지, '옥의 티'가 될 만한 기술적 실수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차례가 매끄럽지 않게 연결되면서 메인 무대에 있던 이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유튜브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실수 장면에선 전 세계 네티즌의 촌철살인이 실시간 붙기도 했다.

40개국 정상 모인 최초의 화상 회의 #바이든·해리스 발언 동안 오디오 오류 #시진핑 연설 첫 부분에 통역 안 붙어 #화면 엉킨 푸틴은 90초간 어색한 침묵

"혹시 지하실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개막 연설부터 기술진의 실수가 시작됐다. 마이크와 스피커 조절이 제대로 안 되면서, 마치 동굴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심각하게 메아리가 생겼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 연설 앞부분까지 울림이 이어지자 유튜브에는 "혹시 지하실에서?"라는 댓글을 달리기도 했다. 지난해 미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삼가는 바이든 후보를 두고 "지하실의 바이든"이라고 말했던 것을 끄집어낸 것이다.

"다들 알아듣나?"

시진핑 주석은 외국 정상 중 첫 번째 연사였다. 준비가 덜 된 탓인지 발언이 시작된 뒤에도 통역이 붙지 않았다.
시 주석이 혼자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존 케리 기후특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를 화면으로 지켜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20여 초가 지나서야 통역이 부랴부랴 연결됐다.
한 정상에서 다음 정상의 연설로 넘어가는 과정이 특히 매끄럽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연설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블링컨 장관이 끼어들어 다음 연사인 푸틴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 때문에 순서가 엉키면서 화면이 빠르게 블링컨 장관에게 넘어갔고, 그가 벗었던 마스크를 서둘러 쓰는 모습이 잡혔다.
이후에도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 이어졌고, 그러는 동안 화면에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음악 감상 중?"

다음 연사로 소개를 받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동안 자신의 차례임을 알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케리 특사, 블링컨 장관이 화면 속의 푸틴 대통령을 어색하게 지켜보는 순간이 90초 동안이나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이 고개를 돌려 스태프와 무언가 상의하기도 했다.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다른 손으로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며 연결을 기다리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만 계속 화면에 나왔는데, 이를 두고 "음악 감상 중인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NYT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들도 기술적 실수는 피해갈 수 없었다며, 그래도 온난화 해결을 위해 이런 결점이 있는 화상 대화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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