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뜬금없는 현충원 '피해자님!'…김근식 "어이없는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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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현충원 사과'에 대해 "뜬금없고 어이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맡은 김 교수는 2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충원은 애국과 호국 의지를 다지며 묵념하고 결의를 다지는 장소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윤 원내대표가 방명록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언급한 데 대해선 "정말 어이없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착성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착성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교수는 "김소월의 '초혼'이 연상될 정도로 '피해자님이여'를 목놓아 외치더니 순국선열 앞에서 무릎 꿇고 갑자기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니"라며 "그분들이 순국선열인가, 호국영령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견디기 힘든 고통에서도 끝까지 삶을 버텨내고 있는 피해자분들이 갑자기 선열이 되고 영령이라도 된 건가"라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망측한 2차 가해도 모자라 이제 현충원 영령 취급하는 3차 가해를 자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과는 때와 장소에 맞게 해야 진정성 있는 진짜 사과"라며 "뜬금없고 어이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방명록에 거론된 '피해자님'에 대해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오거돈 전 시장 사건 피해자는 "너무나 모욕적"이라고 반응했다. 피해자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밝힌 입장에서 "이제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다른 생각 해야지’ 다짐할 때마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제 발목을 잡는다”며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 도대체 왜 제게 사과를 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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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측 "잘못 언급 없는 사과, 공허한 수사일 뿐"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도 윤 원내대표의 사과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사과는 잘못을 했기에 그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라며 "잘못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과'는 저울에 올려놔도 0이다. 공허한 수사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과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자가 입은 고통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각오'를 밝혀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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