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BK서비스 부사장에 여권 정치인 ‘낙하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금융업이나 공기업 종사 경력이 없는 여당 정치인이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고위 임원에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나오고 있다.

영업점 청소·경비·주차 관리 회사 #노조 “정치인 출신은 처음 황당”

21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IBK서비스의 신임 부사장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모(54)씨가 임명됐다. IBK서비스는 2018년 12월 기업은행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전국 633개 영업지점 소속의 2000여명 청소·경비·주차관리 등의 용역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설립됐다.

최근 임명된 김 부사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광진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천했다. 이후 지역구 경쟁자였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사실상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BK서비스 노조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개 모기업인 기업은행 고위 간부 출신이 자회사 임원으로 내려온 뒤 자회사 노동자들의 요구와 불만을 모기업에 전달하는 게 보통”이라며 “정치인 출신 임원은 처음이라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IBK서비스 임원의 평균 연봉(성과급 포함)은 1억1800만원 수준이다.

IBK서비스 소속 임원에게 제공되는 법인차량의 허술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일주일 단위로 작성된 업무 차량의 운행 일지에 운행 목적과 운용 거리 등이 누락되는 등 부실하게 관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본사 소속 고위 임원들의 차량 운행일지에 매일 주행 전후 계기판 거리와 출퇴근 거리, 일반 업무용 거리가 나뉘어 기록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은행은 자회사의 경영 관련 사안을 심의하고 논의하기 위해 ‘출자기업체 경영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모여 회의를 했지만 법인 차량 유용 등에 대한 별다른 지적은 나오지 않은 듯하다. 자회사 관리에 소홀했던 셈이다. 강 의원은 “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자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임원 인사와 법인 차량 부실 운행 기록 등에 관한 IBK서비스의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