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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얀센 희귀혈전 유발 가능성"...또다시 시험대 오른 정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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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사의 얀센 백신. 연합뉴스

존슨앤드존슨사의 얀센 백신. 연합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이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희귀 혈전 발생 간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정부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방역당국은 “정보 수집을 한 뒤 백신 전문가 자문단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검토를 받아 결정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에선 앞서 30세 미만 접종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처럼 접종 연령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이득보다 안전성 검증이 우선”이라며 “유럽 국가들처럼 50~60세 전후로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MA “희귀 혈전 연관성 있지만 접종 이득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21일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을 마친 화이자 백신 전용 주사기가 용기에 담겨 있다.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21일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을 마친 화이자 백신 전용 주사기가 용기에 담겨 있다.김성태 기자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성위원회(PRAC)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얀센 백신 관련해 “매우 드물게 혈소판 감소가 일어나는 혈전 부작용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13일까지 미국에서 얀센 백신 접종을 받은 700만명 중 혈소판 수치 감소와 관련한 혈전 발생 사례 8건을 분석한 결과다. 혈전은 접종 후 21일 이내에 주로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확인됐으며 뇌정맥동혈전증(CVST)와 내장정맥혈전증 등 매우 드문 위치에서 발생했다.

EMA는 백신 부작용을 제품 정보에 명시하라고 했으나 접종 중단이나 연령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희귀 혈전 논란이 일었던 AZ 백신 때와 같은 결론으로 판단의 책임을 개별 국가에 넘긴 것이다.

정부 “전문가 검토 필요”…의료계 “AZ 무시 못할 것”

21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대형교회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차려져 교인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남구 어린이집 교사가 지난 18일 이 교회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대형교회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차려져 교인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남구 어린이집 교사가 지난 18일 이 교회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정보수집을 통해 충분한 자료가 정리되면 적절한 시기에 백신 전문가 자문단을 통해 검토받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ㆍ검토를 거쳐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얀센의 경우 지난 7일 식약처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온 물량이 없는 만큼 시간적 여유를 두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AZ 백신처럼 30세 미만에 접종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EMA에서 나이 제한을 걸지 않은 건 검토할 충분한 시간과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경우 AZ 백신의 제한 기준과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임상적, 역학적 자료가 부족해 아직 특정하긴 어렵지만, AZ 사례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만한 백신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분기부터 600만명분이 순차 도입될 예정인 얀센 백신의 경우 1회 투약만으로 평균 66%의 효과를 보여 기대감이 높았었다.

유럽처럼 60세 전후 기준 삼아야 한단 목소리 有

21일 오후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관계자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관계자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선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다른 국가들처럼 잠정 중단 혹은 50~60세 전후로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얀센 백신 접종을 보류했던 이탈리아는 21일부터 60세 이상 대상자를 상대로 접종을 이어간다. 프랑스는 현재 55세 이상에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있고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미뤄지더라도 안전한 백신을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정부가 계속 괜찮다고만 이야기하는데 정작 이상반응이 생기면 ‘연관성이 없다’고 하며 검사비, 치료비 등 보상 문제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져 백신 접종률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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