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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논란에 대권도전설 휘청···'토종감자' 최문순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토종 감자’로 불렸던 최문순 강원지사가 친중(親中) 논란에 휩싸였다. 2018년 국내 인ㆍ허가 사업자 코오롱글로벌이 중국 인민망(人民網,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강원에 추진 중인 ‘한중문화타운’이 뒤늦게 중국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의심받으면서다. 한중문화타운은 춘천ㆍ홍천 일대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 120만㎡ 부지에 중국문화 체험 등 테마형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3년 만에 논란이 된 건, 연초 김치ㆍ한복 등을 자국 문화라 칭하는 중국 일각의 주장이 나와 국내 반중(反中) 정서가 크게 고조된 것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청원 글은 20일 기준 서명인이 61만명을 넘었다. “국민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자국의 문화를 잃게 될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다.

최문순 강원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최문순 강원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최 지사는 연일 ‘오해’라고 해명 중이다. “청원 반대 서명이 100만명을 넘어도 이는 가짜뉴스에 근거한 내용”(14일 강원도민일보), “강원도 주체가 아니고 100% 민간 기업이 하는 사업”(16일 CBS 라디오) 등이다.

‘완판남’ 최문순…“중화권 투자 유치로 경제 활성화” 구상

결론부터 말하면 한중문화타운은 아직 구상단계 수준이다. 코오롱글로벌과 인민망이 MOU 체결에 이어 지난해 1월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협약도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추가 논의가 중단돼있다는 게 강원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 11일 최 지사가 강원도 감자 판매 홍보를 하며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3월 11일 최 지사가 강원도 감자 판매 홍보를 하며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사실 최 지사는 2011년 첫 부임 이래 3선 연임을 하는 동안 ‘적극 도정’으로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도내 농가가 어려워지자, 직접 SNS를 통해 감자ㆍ오징어ㆍ아스파라거스 판매를 홍보한 게 대표적이다. 이 일로 그는 ‘완판남’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중국과의 협업도 열악한 강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적극 도정'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2015년을 전후해 중국인 관광객(유커ㆍ遊客)이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부터다. 2014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41.6%나 증가한 612만여명을 기록했고, 2015년에도 598만여명이 찾아 2위 일본인 관광객(183만여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2015년 강원도는 도내에 ‘글로벌투자통상국’(1월)을 신설하고 중국 베이징에 강원본부(9월)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대중국 투자유치에 돌입했다. 같은 해 11월 최 지사는 “밖으로부터 유동인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중화권 투자 유치를 통해 강원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CEO클럽(2015년)ㆍCTS스포츠여행사(2016년)ㆍ중상그룹(2018년) 등 여러 중국 단체와의 MOU 체결 성과로 이어졌다.

2015년 11월 12일 서울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에서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중국 CEO클럽과 1조 7000억원 규모의 도내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스1

2015년 11월 12일 서울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에서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중국 CEO클럽과 1조 7000억원 규모의 도내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스1

파로호ㆍ일대일로ㆍ셀프 설화…대권 도전설 휘청이는 최문순

하지만 적극적인 행보가 외려 그의 대선행 발목을 잡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방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따라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 그는 지난달 말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버니 샌더스가 대선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새로운 바람을 만들고 싶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분출하는 반중 정서는 그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하며 최 지사를 직격하고 있다. 2019년 인민망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사업(한중문화타운)을 ‘문화 일대일로(一帶一路 ㆍ중국 정부의 경제 벨트 구상)’라고 이름 붙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19년 강원 화천의 파로호(破虜湖) 이름을 원래 이름인 대붕호(大鵬湖)로 변경하는 논의가 진행됐던 일도 이번에 재조명됐다. 파로호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2만여명이 전사한 곳으로, 오랑캐(虜)를 깨부순(破) 호수라는 뜻이다. 중국 개입 의혹까지 일있던 명칭 변경 논란은 지난해 12월 최 지사와 동명인 최문순 화천군수(국민의힘 소속)가 자체 조사 끝에 “대붕호에 관한 역사적 근거 및 공식 문헌은 어디에도 없다. 파로호 명칭 변경은 절대 없다”고 말하면서 겨우 매듭지어졌다.

한중문화타운에 대한 최 지사의 섣부른 해명이 화를 더 키운 면도 있다. 그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00% 우리 기업의 자본(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인민망과의 협약은 중국에 홍보해야 하니 맺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0% 우리 기업 투자란 설명과 달리 지난해 7월 도의회 회의록엔 “코오롱그룹, 중국 인민일보가 핵심 투자자”(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란 설명이 나온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최 지사의 해명은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가득하다”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중문화타운 사업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3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코오롱그룹도 이번 사태를 무겁게 보고 있다. 사업 철회를 포함한 다각적인 재검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지사의 측근은 “최 지사가 친근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도정 지지율을 토대로 당초 더불어민주당 5ㆍ2 전당대회가 끝난 후 대선 공식 출마 선언을 고려 중이었는데, 이번 한중문화타운 사태와 극심한 반중 정서로 난감해졌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측근은 “현재 반중 정서가 너무 심한 감이 있다. 과거 인천이나 대구가 유커를 초대해 치맥 파티를 열었듯, 최 지사도 강원 경제를 살리려는 마음으로 노력한 거다. 언젠간 시민들도 최 지사를 재평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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