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본소득·무상급식…오세훈 ‘아픈 곳’만 찌른 서울시의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상호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세부 정책을 놓고는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의회 측이 표면적으론 “서울시와의 협치”를 외치면서도 정책 방향을 놓고는 곳곳에서 오 시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모양새다.

임시회 시작부터 오세훈 견제 #앞에선 ‘협치’ 외쳤지만 신경전 #오 공약 ‘신속키트’ 도입도 이견

'협치' 강조했지만…미묘한 신경전 벌인 시의회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서울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서울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20일 "서울시장과 시의회는 서로 협치해서 잘 해나가기로 이미 약속했다"면서도 "아직까지 이견이 있는 상황은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논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제300회 임시회 본회의 기념행사'에서 김 의장은 오 시장을 향해 “시의회와 서울시가 정당과 정견의 성곽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와 집행부는 부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김 의장이 이날 오 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무상급식 이슈를 끄집어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 시장은 2011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한 바 있다. 김 의장은 “유아기 아이들 또한 저출산을 극복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공이 제공하는 따뜻한 식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유치원 무상급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회사 파일에는 일부러 해당 문구를 진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김 의장은 오 시장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5일 시의회 여당 3선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의 과거 무상급식 반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吳 아킬레스건 '무상급식' 제안

오 시장이 강조해온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던졌다. 오 시장은 “고소득자층과 저소득층에 똑같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막대한 재원과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 100% 이하 계층에게 중위소득에 미달하는 금액의 50%를 시가 보장해주는 안심소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 의장은 “시장님이 구상하신 안심소득도 경청합니다만, 그 고민의 끝에 '기본소득'이 있다면 올해 지원도 좀 더 수혜대상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고민해주시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장은 ‘보편적 복지’라는 문구도 2번이나 꺼내면서 "우리의 과제는 복지의 확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의회, 안심소득 대신 기본소득으로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신속진단키트 자가진단’ 시행도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김 의장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함께 아파하고 배려하는 마음이야 누가 다르겠는가”라면서도 “새로운 거리두기 방식이 혹시라도 안일한 인식을 심어 사태가 역주행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이날 자리를 통해 오 시장과 시의회 간 이견이 어느정도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의 한 야당 의원은 "가장 이견이 큰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점은 우선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상황에서 '발목잡기'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의장이 시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미묘한 뉘앙스로 신경을 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吳 공약’ 의회 거쳐야…갈등 예고 

이에 따라 오 시장이 공약을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시의회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심소득제 등의 경우 시범실시 과정부터 추가 재원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등 오 시장의 공약 대부분이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가능해서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109석 중 101석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김소양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신속진단키트 사업은 아직 검토 단계이고, (여당이 주장하는) 기본소득 역시 안심소득의 대상을 늘리면 되는 문제여서 (시의회가) 강하게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