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통·IT 큰손들, 패션 플랫폼 왜 탐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패션 플랫폼

패션 플랫폼

패션 플랫폼이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전통 유통 강자부터 정보기술(IT) 공룡까지 잇따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사들이고 있다.

신세계, 종합몰 위해 W컨셉 인수 #카카오, 지그재그 합병 쇼핑 강화 #주 소비자층 MZ세대 고객 확보전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지그재그는 4000여곳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여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7500억원으로 무신사(1조2000억원)에 이어 2위다. 앞서 신세계는 롯데·CJ 등과 치열한 경쟁 끝에 20~30대 여성 전용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패션 플랫폼 브랜디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패션 플랫폼을 손에 넣은 대기업의 속내는 각기 다르다. 신세계는 식품 및 가전, 가구 판매 중심인 쓱닷컴의 종합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쓱닷컴이 종합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픈마켓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 W컨셉 인수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의류 판매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패션 플랫폼별 지난해 거래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패션 플랫폼별 지난해 거래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면 카카오는 전략이 다르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쇼핑’을 신설해 카카오톡 화면 아래 ‘쇼핑’ 탭을 넣고 사업 강화에 나섰다. 상품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는 ‘맞춤형 커머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그재그 역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호 쇼핑몰, 관심 상품, 구매 이력 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한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과 다르게 카카오는 지그재그와 같은 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체가 직접 패션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인수를 택한 이유는 종합몰이 패션의 불모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패션 사업에 수차례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다고 종합몰이 패션 카테고리를 배제하기도 어렵다. 온라인 패션 시장이 23조원 규모로 만만치 않은 데다 주요 소비자층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이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패션 카테고리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e커머스 기업의 사업 방향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필수적”이라며 “특히 10~20대 소비자를 확보할 경우 이들이 경제력을 갖췄을 때 충성 고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