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네팔 외뿔 코뿔소가 약 6년 만에 100여 마리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통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네팔 당국이 지난달부터 3주 동안 남부 지역의 국립공원 4곳에서 개체 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서식 중인 외뿔 코뿔소는 752마리인 것으로 12일(현지시간) 확인됐다. 645마리였던 2015년보다 107마리 증가한 수치다.
코뿔소가 개체 수를 늘려온 덕에 멸종위기 등급은 ‘위기’(endangered)에서 ‘취약’(vulnerable)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야생동물 보호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팔과 인도에서 주로 서식하는 외뿔 코뿔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멸종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1950년대부터 주민들이 코뿔소가 많이 서식하는 네팔 치트완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코뿔소가 살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불법 수렵도 늘었다. 당시 코뿔소의 개체 수는 수천 마리에서 100마리 이하로 크게 줄었다.
이 때부터 네팔 당국은 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해 불법 수렵을 엄격히 통제했다. 서식지 인근에 병력 수백 명을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개체 수를 상당 수준으로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리바드라 아차리아 네팔 국립공원·야생보호부 고위 임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우리 모두 매우 흥분했다”며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코뿔소의 90%는 네팔 남부 치트완 국립공원에서 서식하고 있다.
네팔 정부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동물들과 서식지 보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각국이 봉쇄령을 내리자 여행객들이 대폭 줄면서 코뿔소들의 행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평가다.
다만 보호구역의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늘어난 코뿔소의 개체 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자연기금(WWF) 네팔 지부의 가나 구룽 대표는 “개체 수가 늘어난 코뿔소는 널리 배회할 수 있는 광활한 지역이 필요하다”면서 “공원의 경계선에서 인간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