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경쟁상대 등장?…1조 달러 규모 ‘EU채권’ 발행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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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깃발.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깃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채의 경쟁 상대가 등장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다. 사상 첫 EU채권 발행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미리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는 1조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구상하고 있다. 오는 6월 첫 발행을 목표로 9월에 최신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채권을 매각할 계획이다. 공식 계획은 14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발행 규모는 1조 달러에 육박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매년 1500억~2000억 유로씩 총 8060억 유로(9620억 달러ㆍ약 1074조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 중 3분의 1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채권 만기는 3~30년까지다.

조달한 자금은 ‘뉴제너레이션EU’로 명명된 경기부양책 재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럽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이다.

블룸버그는 “EU가 채권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며 “EU채권이 향후 몇 년 안에 안전자산으로 미국 국채에 도전할 수 있는 초석을 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EU채권이 유럽 통합과 유로화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의 관심도 뜨겁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EU는 지난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170억유로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했다. 실직위험 완화 프로그램의 자금조달을 위한 것으로 투자자의 응찰 규모가 발행 규모의 13배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인기를 끌었다.

EU는 2012년 유로존 채무위기 당시 유로본드라는 이름으로 채권 발행을 모색했지만 독일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 재정을 투입해 그리스와 스페인 등 부채 위기에 처한 국가를 도울 수 없다며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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