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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옆 1km엔 "1시간 2.5만원, 피부결 좋다" 리얼돌 전단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분당 오리역 인근에 있는 리얼돌 체험방. 채혜선 기자

분당 오리역 인근에 있는 리얼돌 체험방. 채혜선 기자

'오피돌 청결·친절'. '리얼돌 체험 1시간 2.5만원'.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일대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전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9일 “학생들도 왔다 갔다 하는 버스정류장에 이런 낯 뜨거운 전단이 수십장 붙어있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역 인근에 자리 잡은 리얼돌방…주민·상인 불쾌

분당 리얼돌 체험방 전단. 사진 독자

분당 리얼돌 체험방 전단. 사진 독자

해당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방은 유흥시설이 몰려 있는 분당구 오리역 인근에 있다. 이 체험방은 시간당 금액을 정해 리얼돌을 빌려주는 업소다. 리얼돌 체험방 반경 1㎞ 안에는 아파트 단지가 세 군데 있다. 1~2㎞ 거리 안에는 고등학교 4곳이 있고 학원도 곳곳에 자리해있다. 인근 50대 주민은 “성인 업소가 접근성이 좋은 역 인근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볼까 봐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 리얼돌 체험방은 전단을 뿌리는 행위 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당 업소에 방문 문의를 했더니 “예약만 하면 24시간 언제든 와도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업소는 인형 키나 신체조건, 자세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받고 있다. 1시간당 최소 2만 5000원에서 최대 5만원을 받는다. 또 “신형은 탄력이나 피부 결이 좋다”고 안내했다. 성인용 가상현실(VR)을 추가하면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리얼돌 체험방이 이곳에 들어선 건 1년이 다 돼간다고 한다. 같은 건물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리얼돌 체험방 때문에 생계에 지장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영업했다는 한 업주는 “리얼돌 방이 들어서고 건물 분위기가 많이 흉흉해졌다”며 “같이 장사하는 입장에서 왜 하필 여기에 자리를 잡았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겠지만, 영업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속 사각지대’인 리얼돌 체험방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현재까지는 리얼돌 체험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해당 업소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도 쉽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행위나 유사 성행위를 하면서 금전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리얼돌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체험방 운영 업자에게 성매매처벌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해당 업소를 전단 배포 행위 등으로 단속한 적 있지만, 풍속영업규제법은 개인의 은밀한 행위를 문제 삼지 않는 등 단속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리얼돌은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 관련 사생활까지 국가 권력이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판결 취지가 리얼돌 관련 영업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해당 업소에 대한) 단속에 곧 나서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규제 근거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는 “법의 공백이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자유도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지만, 해당 업소가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 노출돼 있다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남=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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