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빈자리는 누가…野 당권 향배 최대 변수는 윤석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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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의 대승 뒤에는 빈자리가 남았다.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진두지휘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났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주연인 오세훈 시장도 8일부터 시청 청사로 출근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김 전 위원장이 떠난 빈자리를 누가 대신하느냐다. 국민의힘 당 대표는 102석을 안고 174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 대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당 대표가 향후 보수 진영 운명을 좌우할 거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막중한 임무를 떠안는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건 5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와 5선의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이다. 두 사람은 이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말까지는 당대표 출마 여부를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말까지는 당대표 출마 여부를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주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선주자는 커다란 정당을 배경으로 삼지 않으면 혼자서 갈 수 없다”며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로 남는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 입당이) 우리 당 대선 후보를 뽑는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는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과 손을 잡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일단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는 ‘선 입당론’으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주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김 전 위원장은 사양했지만, 상임고문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그 분이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오신다는 건 우리 당 체제가 실패할 경우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 말쯤 출마 여부를 결정해서 발표하겠다”며 “향후 당 대표는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둘 필요 없이, 대선을 목표로 당력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7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여러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는데, 출마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막바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뉴스1

4·7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여러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는데, 출마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막바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뉴스1

반면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 영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일단 우리 당 내부 체제 정비가 필요하지만, 그 뒤에는 윤 전 총장과 손 잡는 문제를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힘을 잘 합칠 수 있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잘 이끌어갈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 의원 본인이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결합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의미다.

정 의원은 또 “최근 여러 의원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는데, 당 대표 선거에 나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막바지 (출마)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외에도 5선의 서병수(부산 진갑)·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 4선의 권영세(서울 용산)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 3선의 윤영석(경남 양산갑)·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이 당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초선의 김웅(서울 송파갑)·윤희숙(서울 서초갑) 의원도 당내 ‘세대교체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김웅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당 외곽에선 김무성 상임고문, 나경원 전 의원의 도전설도 꾸준히 제기된다.

당 일각 “영남당, 구태 중진으론 당 혁신 안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감사하며, 구태정치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감사하며, 구태정치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특히 초선의원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영남당’ 이미지와 일부 구태의연한 중진들로는 당 개혁을 할 수 없다”는 혁신론도 상당하다. 7일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41개 자치구(서울 25개, 부산 16개)에서 완승을 했지만 “당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정작 대선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국민의힘 초선 비례의원)는 경계의 목소리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이 8일 떠나면서 “낡은 이념,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같은 날 당 초선의원 전원이 성명을 내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란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특정 지역 정당의 한계’란 과거 보수정당의 한계로 지목돼온 ‘영남당’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이목을 끌었다.

한 수도권 지역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된 게 아닌데, 일부 중진들이 정치적 사리사욕으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초선 비례의원도 “윤 전 총장 영입보다 중요한 게 국민의힘 쇄신”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끌어 온 당 혁신을 이어갈 당 대표가 나오지 않으면, 민심의 외면도 순식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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