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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할 수 있는 가장 센 수준 인적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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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당 지도부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당 지도부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오종택 기자

4·7 재·보선 완패 책임을 지고 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김태년 대표 대행은 이날 오후 1시 “지도부 사퇴 후 전당대회, 원내대표 선거는 최대한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할 수 있는 가장 센 수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초·재선을 중심으로 강하게 분출된 결과다. 조기 사퇴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던 현 최고위원들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지만 이날 총사퇴로 5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모두 새로 뽑게 됐다.

초·재선 중심 지도부 책임론 분출 #“야당·언론 탓만 했던 것 반성해야” #원내대표·당대표 앞당겨 뽑기로 #친문 겨냥 당내 선거 불출마 요구도

김 대표 대행은 사퇴문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줬다”며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민심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패배였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결의하는 과정은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7일 심야와 8일 오전 잇따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친문 성향이 뚜렷한 김종민·신동근 최고위원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해 논의는 이날 의원총회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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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성향의 한 최고위 참석자는 “총사퇴라는 옛날 방식에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전당대회·원내대표 경선이 불과 한 달 뒤인데 굳이 비대위 출범이 필요한지 등에 고민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두 최고위원의 주장도 그런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친문 극성 지지층들의 주문에 취한 당 주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저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비대면 화상회의라는 형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쇄신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백혜련·이소영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국민이 저렇게 심판을 했는데 지도부가 거취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포함해 야당 탓, 언론 탓만 했던 걸 반성하고 당내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느라 국민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지도부 총사퇴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후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간략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잘못했다’는 단어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런 뒤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 주류인 친문 그룹의 자중을 촉구한 것이다. 의총 후 지도부 사퇴를 발표한 당 회의실 안에선 “이게 뭐냐! 이게 쇄신이냐!”(한 최고위원)는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5월 9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일주일 당긴 5월 2일에, 5월 첫 의원총회에서 하도록 돼 있는 원내대표 선거를 4월 16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새 대표 권한대행이 될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은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심새롬·김효성·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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