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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Z접종 재개할듯…일각선 "젊은층엔 선택권 줘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건당국이 한시적으로 중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60세 미만 접종 재개 여부를 11일 발표한다. 현재로썬 접종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럽 국가처럼 연령 제한을 권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복지장관 “접종 재개할 것으로 생각”

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주말 중 일부 보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재개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동향 및 이상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에 있어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했던 만큼 각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과학적이고 안전한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토대로 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등의 AZ 백신 접종을 잠정 연기했다. 요양병원 환자 등 60세 미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접종도 보류했다. 같은날 밤 늦게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과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특이 혈전 질환의 연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발표를 내놨다. 다만 AZ 백신의 안전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접종의 이득이 크다는 점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혈전 생성 논란으로 백신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보건소 입구에 아스트라제네카 예방접종 잠정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혈전 생성 논란으로 백신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보건소 입구에 아스트라제네카 예방접종 잠정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당국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주말까지 혈전·백신 전문가 자문회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접종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병청이 이번 주 여러 혈전, 백신 전문가와 EMA의 결과를 검토하고 접종 재개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재개를 시사했다.

“젊은층 접종 제한”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상황과 백신 수급 등을 고려해 접종의 위험과 이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모든 종류의 혈전 발생률 자체가 낮은 편인 반면, 코로나 발생률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연령대로 보면 접종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일부 집단은 대체할 백신이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 건지를 분석해봐야 한다”며 “또 보육 교사 등 사회적 필요 때문에 우선 접종하는 경우 의학적 판단뿐 아니라 정책적 판단도 개입해야 해 쉽지 않은 문제다. 여기에 백신의 수급 불균형 문제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잠정 보류된 8일 광주 동구보건소 저온 냉장고에 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뉴스1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잠정 보류된 8일 광주 동구보건소 저온 냉장고에 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뉴스1

다수의 전문가는 접종 재개엔 공감하면서도 젊은층 접종이 고민이라고 말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험과 이득을 평가할 때 개인의 관점과 전체의 관점에서 모두 이득이어야 한다”며 “65세 이상 고령층은 명확히 접종의 이득이 높고 외국을 봐도 접종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낮을 수 있는 젊은 연령층이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대체할 백신이 있느냐도 봐야 하는데 당장 옵션이 없다면 나중에 들어올 백신을 고려해 미루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젊은 연령층, 특히 여성에게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EMA에서 연령과 성별에 따른 정확한 (혈전) 발생 빈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영국은 그런 판단으로 30세 미만에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젊은층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따져보면, 접종으로 인한 혈전 발생 확률이 꽤 낮다고 하더라도 실제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잠정 보류된 8일 대전 중구보건소 백신 예방접종실에 접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8일부터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를 상대로 AZ 백신 접종이 예정됐지만 AZ 백신 혈전 생성 논란으로 접종이 보류됐다. 뉴스1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잠정 보류된 8일 대전 중구보건소 백신 예방접종실에 접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8일부터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를 상대로 AZ 백신 접종이 예정됐지만 AZ 백신 혈전 생성 논란으로 접종이 보류됐다. 뉴스1

英서는 20대 이득 0.8, 위험 1.1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당국이 AZ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과 접종 시 생길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도를 따졌더니 20대에선 이득이 0.8이었고, 위험은 1.1로 나타났다. 20대는 AZ백신 접종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는 얘기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커진다. 60대에 이르면 이득은 14.1, 위험은 0.2로 득실 차가 크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이 접종 재개를 지지하면서도 연령별 제한을 주장하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일 등처럼 55세든 60세든 연령 제한을 해야 한다”며 “접종률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하는데 무리수를 두다 보면 사고 날 소지가 꽤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백신에 공통으로 예견되는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와는 또 다른 문제”라며 “혈전은 예견치 못한 부작용이고,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중증, 사망 확률을 따져보면 고령자야 접종의 이득이 크지만 젊은층은 이득이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한동안 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접종을 일단 재개한다면, 연령 제한 여부와 관계없이 접종자의 수용성을 떨어뜨려 결국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윤 교수는 “정부는 최선을 다해 설명하겠지만, AZ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도 “AZ 관련 이슈가 누적됐기 때문에 어떤 군에서든 접종 수용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AZ 백신을 다시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떻게 소통해 잘 접종해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고민이 많다. 정부 입장에선 접종을 재개하면 대상자들이 접종에 동참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지만, 수용성 부분이 걱정”이라며 “4차 유행이 현실화된다고 할 만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백신 접종이 시급하지만, 찜찜해 하는 대상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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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접종을 재개했을 때 추가 조치도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고 문구가 없으니, 백신을 접종하는 의료진도 부작용을 모르는 상황”이라며 “다리가 붓는다거나 호흡곤란, 두통, 복통 등의 위험 증상을 경고 문구로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접종 후 면밀한 모니터링과 주의가 필요하다”며 “어떤 상황에 응급실에 가야하는지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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