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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혈전 논란 결론은…EU 접종제한 결론땐 국내 계획 수정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또 다시 유럽의약품청(EMA)의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MA 관계자가 AZ 백신과 혈전증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해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EMA의 발표에 따라 국내 접종 일정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7일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유럽에서 (혈전) 관련 사례가 나왔고, EMA는 이를 분석해 7~8일 발표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관리청에서 혈전·백신 관련 전문 자문단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국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EMA 백신 개발 책임자는 최근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혈액 응고 현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왜 혈전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선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지만, 접종과 혈전 증세의 관련성이 명확하단 취지로 말한 것이다. 이전까지 EMA의 공식 입장은 백신과 혈전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EMA 백신 책임자의 발언은 혈전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이를 두고 “혈전이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국제 규제 당국이 실제 접종의 부작용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는 처음”이라며 “우려가 다시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규제 당국은 이제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해 유럽뿐 아니라 AZ 종주국인 영국에 대해서도 첫 공식 경고를 발표하는 걸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 많은 나라들이 젊은 층에 백신 접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려는 영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한 저명한 과학 고문은 백신과 혈전과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영국은 AZ를 맞지 않은 사람보다 접종한 사람에게서 혈전증이 빈번히 발생한단 증거가 부족하단 입장을 밝혀왔는데, 최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 30건(사망 7명)을 보고받았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혈전 우려로 AZ 백신의 아동 임상시험도 일시 중단됐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접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사우샘턴대학의 의약품안전연구소 소장인 사드 샤키르 교수는 “AZ 백신은 코로나로부터 수백만명을 보호했고, 전세계에서 계속 그럴 것”이라며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MHRA의 준 레이 청장도 “백신 순서가 오면 맞아야 한다”며 “철저하고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곧 보고서를 낼 것이다.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전용 주사기가 용기에 담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전용 주사기가 용기에 담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접종, 득실 따진 뒤 결정해야”

국내 전문가들은 EMA가 AZ 백신과 희귀 혈전증과의 인과성을 일단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자꾸 자료가 축적되고 있다. AZ 백신이 뇌정맥동혈전을 일으키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어떤 식으로라도 관련은 있다고 나올 텐데 단서를 주목해야 한다. 단서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질병관리청까지 재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근거로 “AZ 접종과 매우 드문 혈전 질환 사이에 인과 관계가 점차 증명되고 있다”며 “인과 관계가 증명됐다고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연관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온다 해도 향후 대응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갈린다.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기석 교수는 “문제는 확률”이라며 “어떻게 발표되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예를 들어 100만명에 1명 수준으로 나온다면 접종 제한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고, 10만명에 1명 수준이라면 권하지 않아야 한다. 1000만명 맞히면 100명 환자가 생긴다는 것으로 대단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로선 AZ가 무너지면 갈길을 잃는 것”이라면서도 “연관성이 꽤 있다고 하면, 나이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설사 인과 관계가 밝혀졌다고 해서 접종을 중단할 것인가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익이 워낙 크고 다른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위험이 크다면 접종 연령 제한도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혈전 질환 발생률이 낮아 위험이 적을 수 있지만, 코로나 유행상황이 유럽보다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익도 작다.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층에 접종을 중단한다면 대체할 백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결국 주의사항을 추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문제는 AZ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접종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여 EMA에서 AZ 백신과 혈전 생성간 인과성이 낮다고 밝히며, 지속 접종을 권고하더라도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관건으로 지적된다. 가뜩이나 이날 AZ를 맞은 20대 의료기관 종사자의 다리와 폐에서 혈전이 발견됐다고 당국이 밝히면서 우려가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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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결과에 따라 상반기 접종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2분기 접종 대상 1150만3400명 가운데 AZ 백신 접종자는 770만5400명으로 약 70%에 달한다. 당장 8일부터 전국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 및 초·중·고교 보건교사 등이 접종을 시작해 혼란이 예상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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