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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올 노벨의학상 배리 마셜·로빈 워런

중앙일보

입력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위염.위궤양의 원인균을 발견한 호주의 배리 마셜과 로빈 워런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헬리코박터균(공식 학명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을 발견하고, 위염 및 소화성 궤양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낸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 마셜(54.미생물학) 교수와 로열 퍼스 병원 워런(67) 박사를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1982년 이 박테리아가 두 사람에 의해 발견될 당시에는 스트레스와 생활 습관이 소화성 궤양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며 "이들의 연구 덕분에 소화기관 궤양을 항생제와 산분비 억제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들은 첨단 이론이나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평이한 미생물학적 테크닉(내시경 탐색.염색법.세균배양법 등)만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세균을 발견한 점도 인정받았다.

마셜 교수는 국내의 한 유산균 음료 광고 모델로 활동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워런 박사는 호주 로열 퍼스 병원에서 99년까지 재직한 병리학자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는 "이들이 세계 최초로 강력한 위산에도 견디는 세균이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세균 배양에도 성공했다"며 "특히 마셜 박사는 30대 초반 의사 시절 관련 논문을 발표해 일찌감치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94년 이 세균을 1그룹(확실한) 발암물질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오염된 물이나 채소, 키스, 내시경 검사 장비 등을 통한 병원 감염 등 세 가지 형태로 감염된다. 우리 국민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는 "30대에서 60대까지 70%를 넘는 감염률을 보이며, 10~12세 어린이도 27%가 감염된 상태나 미국인은 10%대의 낮은 감염률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는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생활 환경, 위생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균을 죽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7~10일 꾸준히 복용하면 10명 중 9명은 치료된다. 실패한 경우라도 약을 바꿔 조금 오래 복용하면 세균을 죽일 수 있다.

노벨의학상 수상자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며, 상금은 1000만 크로네(130만 달러.100만 유로)로 금메달과 상장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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