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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향한 2030세대의 역습…‘공정’ 흔들자 표심도 급반전

중앙일보

입력

4·7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해서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20대 청년. [오세훈TV 유튜브 캡처]

4·7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해서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20대 청년. [오세훈TV 유튜브 캡처]

2030세대의 역습이 시작됐을까.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1년만에 뒤바뀐 20대와 30대의 표심이 정치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표를 줬던 젊은 세대가 이번에는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7일 투표 종료 뒤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 시장은 20대에서 55.3%를 얻었다. 34.1%를 얻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21.2%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오 시장은 30대에서도 56.5%를 기록해 38.7%에 그친 박 후보를 17.8%포인트 앞섰다. 전체 지지율이 각각 59%(오세훈)와 37.7%(박영선)로 격차가 21.3%포인트였던 걸 고려하면 2030세대에서도 오 시장이 상당한 선전을 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출구조사로 본 세대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출구조사로 본 세대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러한 득표는 1년 전 총선 때와 비교해 급반전된 결과다. 4·15 총선 당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역구를 놓고 봤을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20대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반대로 민주당은 20대에서 56.4%를 얻어 24.4%포인트를 앞섰다. 30대에서도 미래통합당은 29.7%, 민주당은 61.1%였고 31.4%포인트 차이였다. 비록 총선 때는 전국 기준이었고, 이번에는 서울 기준이지만 1년만에 여야가 정반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40대 이상에서도 국민의힘은 약진하고 민주당은 후퇴하는 결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2030세대에서 반전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2030세대와 여권 주류의 누적된 갈등이 영향 끼친 듯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누적된 여권 주류와 2030세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 사이 여권 지지층에선 2030세대와 충돌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203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公正)의 가치’를 여권 주류가 훼손한다는 인상을 주는 일이 잦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벌어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다. 권력 주류의 방침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에 입사할 기회를 읽게 되자 청년층은 분노했다. 여권에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는 건 옳은 일”이라는 식의 시선이었지만 청년층에게는 “불공정의 표본”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정의 가치’ 훼손에 2030세대 분노 

선거 직전에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건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분노심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집값이 오를대로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은 말 그대로 꿈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 젊은층에겐 상당한 박탈감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미 2019년 8월부터 의혹이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이 2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는 것도 그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조 전 장관의 자녀와 비교하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중졸로 전락했다”며 오히려 정씨를 두둔하는 여론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선거 기간 여권 지지층과 20대 충돌하기도 

게다가 여권 지지층이 선거 기간 동안 20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일까지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기레기 추적자’라는 사용자의 글을 공유했다.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20대 청년이 일간지 인턴기자 출신인 걸 알아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일에는 전직 일간지 기자가 오 시장을 지지한 청년들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취업 면접 때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20대 입장에선 “20대를 향한 린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해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황희 민주당 의원(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단독범”이라고 몰아붙였다가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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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7일 여당이 완패하자 대학생들이 모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을 질책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렇게 20대를 X로 보더니 꼴 좋다”거나 “이게 나라다”는 식이었다. “반격의 서막이 올랐다”며 민주당의 패배를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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