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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흑인” 욕설에 프리메라리가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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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발렌시아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철수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발렌시아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철수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스포츠계에 또다시 인종차별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대면한 채 말로, 소셜미디어 포스팅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일이 속출했다.

스포츠계 인종차별 잇따라

4일 스페인 카디스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발렌시아-카디스전은 전반에 일시 중단됐다. 1-1 동점이던 전반 30분, 카디스의 후안칼라와 말싸움하던 발렌시아의 무크타르 디아카비가 돌연 그라운드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동료들까지 뒤따라 라커룸으로 철수하면서 30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됐다.

원인은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경기 보고서를 인용해 “칼라와 언쟁하던 디아카비는 ‘더러운 흑인(shitty negro)’이라는 말에 모욕감을 느껴 그라운드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경기 후 “디아카비를 지지해 함께 경기장을 떠난 우리 선수들 결단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라운드에서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 오늘 우리는 존중을 잃었고, 축구와 스포츠 정신도 함께 잃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중앙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는 ‘악플 테러’에 시달렸다. 같은 날 뉴캐슬전(2-2 무)에 출전한 산체스는 전반 28분 걷어내기 실수로 토트넘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후 산체스 소셜미디어 계정은 팬들의 인종차별적 욕설과 원숭이 이모티콘으로 도배 됐다. 산체스는 이런 상황을 공개하며 “도무지 바뀌는 게 없다(Nothing changes)”고 개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프랑스 축구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소셜미디어 중단을 선언하며 “온라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적 행위가 역겹다. 스타디움이나 길거리에서 당했던 언어폭력을 이젠 소셜미디어에서 일상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 최강자인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은 3일 ESPN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아시아계 증오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내게 침을 뱉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는 백인 소녀의 금메달을 빼앗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있다. 집 밖에 나설 때는 항상 전기충격기와 호신용 칼을 휴대한다”고 털어놓았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점점 증가하는 시점인 만큼, 다른 인종에 대한 무분별한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동의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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