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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최우선 임무는 뇌를 싣고 다니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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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20면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
디크 스왑 지음
전대호 옮김
열린책들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는가, 악하게 태어나는가. 맹자는 전자(성선설)라고, 순자는 후자(성악설)라고 각각 말했다. 그 답을 찾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과학 기술이 사람을 읽어내고, 그 물리적 근거까지 찾아낼 만큼 발전했으니 말이다.

사람을 읽어낸다는 건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 사람의 머릿속에 있고, 그 정체는 뇌다. 사람이 심리적, 육체적 반응을 보일 때, 뇌의 특정 부위에도 반응(변화)이 생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장비의 등장은 이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뇌과학은 급속히 발전했다.

네덜란드 뇌과학자인 저자는 책 맨 앞(1부)에서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관련해 뇌의 역할을 설명한다. 책에 소개된 사례 하나를 보자. 동아시아 국가는 위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 (저자는 부기장이 기장의 잘못을 말하지 못하는 대한항공 조종실 내 문화를 예로 든다, 126쪽) 그런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강한 집단을 비교해보니 세로토닌(사회적 행동에 관여하는 화학적 신호 물질) 운반체의 유전자 형태가 달랐다. 문화와 유전자는 함께 진화(공진화)한다. 유전자로 인해 발현된 문화는 다시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 성별 차이, 동성애, 지능(IQ) 등 다양한 인간 현상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낸다.

일반론이 끝나면 뇌와 연관된 특정 분야를 이야기한다. 먼저 미술(2부)과 음악(3부) 등 예술 분야의 창조성과 뇌의 관계다. 이어 뇌와 관련한 직업(4부), 질병(5부), 범죄(6부)에 대해서다. 맨 끝(7부)은 제언과 전망이다.

739쪽에 달하는 이른바 ‘벽돌 책’이지만, 다양한 시각물, 관련 명언 및 일화가 중간중간 삽입돼 지루하지 않다. 이 책에 나온 명언가운데 주제를 가장 잘 관통하는 건 이게 아닐까 싶다. “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뇌를 싣고 다니는 것이다.” (15쪽) 토머스 에디슨의 말이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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