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00대 기업…韓은 역주행, 中은 처음으로 美 제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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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글로벌 500 순위에서 한국 기업만 전년 대비 숫자가 줄어들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포천 글로벌 500 순위에서 한국 기업만 전년 대비 숫자가 줄어들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숫자가 한·미·일·중에서 한국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일 기업 평가 전문 미국 경제지 포천의 글로벌 500(Fortune Global 500) 순위를 분석한 결과다. 포천은 매년 전 세계 기업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3월까지 완료된 전년도 회계 규모로 순위를 매긴다.

2020 글로벌 500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는 14개사로 전년(16개사)보다 두 곳 줄었다. 반면 중국은 119개사에서 124개사로, 일본은 52개사에서 53개사로 각각 늘었다. 미국은 121개사로 지난해와 같았다. 전체 매출액 합계도 미국(+4.3%)과 중국(+4.8%)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일본은 소폭(-0.2%) 하락했고, 한국은 -12%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전체 매출이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로 전년(2.8%)보다 떨어졌다.

개별 기업의 순위 하락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500에 포함된 한국 기업 14개사 중 10곳의 순위가 하락했다. 반면 상승한 기업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KB금융·CJ 등 네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경쟁사인 애플에 역전(애플 9위, 삼성전자 13위) 당했는데, 이번 평가 순위에서 격차가 7단계(애플 12위, 삼성전자 19위)로 더욱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격차 역시 46에서 30단계로 줄어들었다. 포스코도 2017년 2위 자리를 바오우(중국)에 뺏긴 이후 이번 평가까지 3위를 유지했으나, 4위 닛폰스틸(일본)과 격차가 줄었다.

포천 글로벌 500 순위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포천 글로벌 500 순위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이번 평가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00년까지만 10개사에 불과했던 중국은 2004년 15개사로 한국을 추월했고, 2012년에는 73개사로 일본을 넘어섰다. 이후 계속 증가해 이번 평가에서 124개사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미국은 2000년 179개사, 2005년 176개사, 2010년 139개사 등 감소 추세를 보였고, 결국 이번 평가에서 121개사에 그치며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등을 개선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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