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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00대 기업…중국 11개 새로 진입할 동안 한국은 0개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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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글로벌 100대 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 기준)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올해 글로벌 100대 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 기준)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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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100대 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 기준)에 이름이 오른 한국과 미국 기업을 비교한 숫자다.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신규 진입이 전무했다. 반면 미국 기업은 37개로 10년 전인 2010년(28개)과 비교해 9개가 늘었다. 아마존, 페이스북, 오라클과 같은 정보기술(IT)기업은 물론이고 머크(Merck) 같은 바이오 기업도 글로벌 100대 기업에 10년 만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이 제자리 걸음을 할 동안 미국 기업은 산업 생태계를 넓힌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 원활하지 못한 신진대사가 민간 부문 성장 기여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 발간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서다.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제자리 걸음은 더 확연하다. 2010년 글로벌 100대 기업 7개를 배출한 중국은 올해는 18개로 11개를 늘렸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기업을 포함해 중국초상은행(China Merchants Bank) 등 금융사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은 같은 기간 3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소프트뱅크와 도요타 자동차가 글로벌 100대 기업에 포함됐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주목한 건 기업 신진대사의 최상위에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100대 기업이 증가했다는 건 민간 기업의 신진대사가 그만큼 원활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꽉 막힌 신진대사는 국가별 10대 기업 입출 현황(포츈 글로벌 500, 매출액 기준)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10대 기업 중에선 단 3곳이 새로운 기업으로 교체됐을 뿐이다. 2010년 10대 기업에 포함됐던 GS, 삼성생명, 현대중공업이 빠졌다. 대신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KB금융그룹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새로 진출한 기업도 기존 10대 기업과 업종에서 큰 차별성이 없다”며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느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10대 기업 중에선 7곳이 새로운 기업으로 교체됐다. 2010년 10대 기업 중에서 올해 조사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월마트, 엑손 모빌, 에이티앤티(AT&T) 단 3곳에 불과했다. 아마존, 애플, CVS 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무장한 기업이 10대 기업에 진출했다. 제너럴 일릭트릭(GE), 포드, 휴렛-팩커드 등은 새로운 기업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연도별 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민간 및 정부 기여도. 민간 기여도는 하락하고 정부 기여도는 상승하는 추세다. 자료=한국은행

연도별 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민간 및 정부 기여도. 민간 기여도는 하락하고 정부 기여도는 상승하는 추세다. 자료=한국은행

신산업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는 기여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실제로 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성장 기여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2011년 3.5%p에서 지난해 0.4%p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 기여도는 0.1%p에서 1.6%p로 증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의 성장기여도 하락은 정부가 개입을 많이 한 만큼 민간의 역할이 위축된 구축효과(驅逐效果·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발생시키는 것)가 발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 생태계의 낮은 신진대사로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질 산업구조 대변혁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산업 규제 완화 확대와 창업기업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문태 팀장은 “신산업으로 무장한 신규 기업에 길을 터줘야 기업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정부의 역할을 커지고 민간의 역할은 축소되는 추세”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핵심이 되는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기반 생산 등으로 갈 경우 큰 정부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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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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