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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족 고문하고 집단학살"···회담 열흘만에 또 中 때린 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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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30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인권 압박'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공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다. 북한에 대해서도 “지독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발표 #중국 사례 가장 먼저 언급하며 "집단학살" #北 겨냥 "지독한 인권침해, 책임지게 할 것"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2020년 잔혹한 상황 속에서 계속 고통을 받았다”며 “중국에선 정부 당국이 무슬림이 대다수인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위구르족을 포함한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감금·고문·강제불임·박해 등 반인륜적 범죄도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터키를 방문하자 터키 내 위구르인들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터키를 방문하자 터키 내 위구르인들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탄압 문제를 언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임기 말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의 집단학살을 언급한 바 있으며, 블링컨 장관도 지명자 신분 당시 이 입장에 동의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문건을 통해 중국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고 공식적으로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인권보고서에 대해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는 가운데 나왔다”며 “민감한 양국 관계에 가져올 영향을 상관하지 않고 중국의 잔혹 행위를 조명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지난 18~19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미·중 양측은 인권 문제를 놓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AFP=연합뉴스]

미 정부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 탄압을 ‘집단 학살’이라고 문건에 남긴 만큼 대중 압박의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신장 위구르족 인권침해와 관련된 기업 등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 최근 22일에는 유럽연합(EU)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중국 개인·단체에 제재를 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위치의 중국 전문가인 소피 리처드슨은 “다음 단계는 독립적인 수사를 개시할 전략을 세우고, 중국에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명 패션브랜드 H&M과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신장 위구르 탄압 문제로 신장 면화 불매 선언을 하자, 중국에서선최근 이들 기업을 상대로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명 패션브랜드 H&M과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신장 위구르 탄압 문제로 신장 면화 불매 선언을 하자, 중국에서선최근 이들 기업을 상대로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미국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인권을 유린하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의 모든 외교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할 보고서는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의회와 협력해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혁신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을 앞세운 대중 압박에 동참하라는 동맹국을 향한 요구도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블링컨은 브리핑에서 “(인권 문제는) 우리가 중국을 겨냥해서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기본 원칙, 기본권 그리고 룰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나라든 이를 훼손하면 강경하게 말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나라들과 같이 행동할 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은 최근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해 서방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제재한 것을 사례로 들며 “앞으로 서방국가와 아시아의 동맹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힘은 더 강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집단학살’은 반중국 세력의 가짜 정보와 거짓말에 기반해 조작된 것이라며, 이는 중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인권에 대해 중국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관계에서 어떤 국가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조작해 다른 나라를 비난해선 안 된다”며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은 미국보다 훨씬 더 공정하며,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미국 내 소수민족에 비해 훨씬 더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대북 정책에서도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날 리사 피터슨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인권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 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지독한(egregious) 인권 기록에 대해 지속적으로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국무부는 현재 범정부적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권 문제는 우리의 전반적인 대북 정책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정부가 지독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인권보고서는 북한 보안부대가 수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으며 당국에 의한 불법적이거나 임의적 살해, 당국에 의한 강제 실종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도 매년 미국의 인권보고서에 대응해 ‘미국 인권 침해보고서’를 발간한다. 지난 24일에도 중국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2020 미국 인권 침해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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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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