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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참여연대 정부’의 실패…초심으로 돌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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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이승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인사를 마친 김 전 실장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임 이 실장. 김 전 실장은 장하성·김수현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출신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이승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인사를 마친 김 전 실장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임 이 실장. 김 전 실장은 장하성·김수현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출신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로 불린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해서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예 도맡았었다. 초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이어 등용된 김수현·김상조 모두 참여연대의 간판급 인사였다. 장하성·김상조는 재벌 개혁을 외쳤고,  김수현은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틀을 짰다.

조국·장하성·김상조·김수현…국정 혼란 #시민운동, 권력잡는 징검다리 더는 안 돼

엊그제 김상조 전 실장이 임대차3법 시행 직전 본인의 강남 집 전셋값을 14%(1억2000만원) 올려받았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되면서 참여연대 출신 정책실장 시대도 막을 내렸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건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불법행위”(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란 질타가 나왔으니 참으로 면구한 퇴장이다. 앞서 장 전 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해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김수현 전 실장은 경제 부진과 부동산 실책 등으로 인책됐다.

논란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최근 LH 사건 수사 과정을 보면, 그가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오히려 국가 수사 효율을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원래 시민운동의 본령은 국가에 대한 자율적 비판과 저항이다. 그러기 위해선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본질적 요소다. 한국에선 그러나 시민사회가 일정 부분 권력에 참여하곤 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대적으로 동원했다. 당·정·청 모두에 시민운동가 출신이 대거 진출했고,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네트워크도 가동됐다. 이들이 속했던 시민단체는 현 정부의 잘못에 침묵하곤 했다.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운동의 역할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 행위인가, 아니면 권력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발판인가”라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둘의 관계를 ‘특혜와 지원을 대가로 정치적 지지를 교환하는 관계’(clientelism)로 꼬집기도 했다.

그래도 성공적이었다면 모르겠다. 현 정부 5년 차를 앞둔 지금 이들의 불명예 퇴진을 보면서, 시민운동가로서 권력을 향해 요구했던 만큼의 도덕성을 그들 스스로 가졌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검찰 개혁 등 거친 아이디어를 밀어붙여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정책 능력도, 도덕성도 한계가 많았다.

시민운동의 권력 참여 실험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권력 감시와 견제란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 성찰하기 바란다. 참여연대의 한 회원이 게시판에 쓴 글이 하나의 답일 수 있겠다. “더는 참여연대 출신의 막장 정치인이나 관료가 뉴스에 도배되는 쇼는 보기 힘들다.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절반 이상은 참여연대를 떠난 뒤 정치나 관료로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