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참겠다” 보상 소비…코로나 이전보다 더 긁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명품과 스포츠용품 등에 지갑을 열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명품과 스포츠용품 등에 지갑을 열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봄바람이 불면서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 실적은 70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2월(65조2000억원)보다 9%가량 증가했다. 2019년 2월(6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6%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예년 소비 수준을 뛰어넘어 지갑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2월 카드결제액 2년 새 16% 늘어 #해외여행 못가자 차 구매액 33%↑ #백화점선 패션·스포츠용품 불티 #지난 주말 매출 작년보다 50% 늘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를 기록했다.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 소비가 지난해보다 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카드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심리가 회복하면서 ‘보상 소비’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달) 자동차와 백화점 관련 소비가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2월과 비교해도 각각 33%와 7%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소비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코로나19가 아니면) 해외여행 등에 썼을 게 자동차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한 상품군 중에서 액수가 큰 자동차 관련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외부 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억눌린 소비가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선 외부 활동과 관련한 소비가 늘었다. 지난 26~28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특히 해외 패션 상품군(83%)과 남성 스포츠(57%)의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생활 가전제품의 매출도 43%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에 봄이 오면 소비가 늘어나는 계절 효과까지 겹쳤다. 패션·스포츠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앞으로 코로나19가 진정돼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면 패션·의류 관련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여성 원피스의 판매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했다.

여성 골프의류(108%)와 여성 코트(97%), 배드민턴 용품(75%), 축구용품(53%) 등도 판매 건수가 비교적 많이 늘어났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