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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인권' 목소리 높이는데…대북전단금지법 결국 시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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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30일 발효됐다. 법안은 전단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담은 일체의 ‘물품’을 살포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담은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풍선에 담아 날려 보내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30일 발효…일체 물품 살포 금지 #'표현 자유 침해' '과잉 입법' 논란 #美 인권보고서 지적 이어 청문회 예정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부터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전단 등의 살포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상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이 차단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북한 정보 유입은 美 우선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 국무부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대북전단금지법을 주요 인권침해 사례로 적시한 것 역시 같은 이유였다. 실제 국무부 대변인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한 언론 질의에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심축으로 설계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충돌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미 의회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문제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이르면 4월 중에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열고 법 시행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외교 소식통인 “한국 정부에서 청문회 소집을 막기 위해 다양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청문회에 대한 스미스 의원의 의지가 매우 강한 상황”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과 소통하며 청문회 의제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앞세워 "표현의 자유 제한 가능" 

2009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2009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대북전단금지법은 2004년 시행된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매년 북한과 관련한 정보의 자유 및 정보 유입 활동에 200만 달러(약 22억 7000만원)를 초당적으로 지원해 왔다. 해당 예산이 대북전단 살포에 직접 지원되진 않지만, 대북전단금지법은 ‘자유로운 대북 정보 유입’을 목표로 하는 북한인권법과 정반대의 성격을 띤다. 이와 관련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한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떠난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하게 막는 것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우려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들어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있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북 전단 등을 제한하는 이유는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지역 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고 아우성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반대 속 법안을 단독 처리했던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김영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고 답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역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 CNN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국민의 삶과 안전에 위험을 끼친다면 제한될 수 있다”며 같은 취지의 방어논리를 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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