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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파문] 경제·민생 더 급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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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선 때 찍어준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거냐."(최원석.33.회사원)

"경제가 이 지경인데 대통령으로서 위험한 도박 아닌가."(서울시청 金모 계장)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발언에 대한 10일 일반인의 반응은 이렇게 충격과 당혹이다.

중소기업 사장인 손동진(48)씨는 "너무 경솔한 말"이라며 "어려울 때마다 대통령이 이렇게 자꾸 깜짝쇼를 벌이면 국민들이 불안해 어떻게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이번 일로 대통령의 권위가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실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서울대생 백나리(23.여.사회학과4)씨는 "부당한 보수세력의 공세로부터 자신의 도덕적 기반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며 국민과 직접 대화를 통해 난국을 풀겠다는 취지여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걱정을 표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헌법에도 규정이 없고, 국민투표의 요건도 제한돼 있는데 어떻게 신임을 묻겠다는 건가"라면서 "정치개혁과 민생안정에 힘쓰라는 것이 국민들의 주문인데 이번 발언은 정쟁만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盧대통령 취임 후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을 지켜온 참여연대도 "SK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마당에 진상 규명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재신임 방식과 시기를 둘러싸고 국정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대표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는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아무런 준비나 뒷받침 없이 즉흥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盧대통령이 국민들의 신임을 못받고 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시도로 비쳐진다"고 깎아내렸다.

내년 총선을 앞둔 盧대통령의 '정국 돌파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서울대 송호근(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이 대통령의 성숙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재신임을 물을 만큼 엄청난 위기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한마디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얘기로 들린다"고 해석했다.

회사원 강성규(43)씨는 "과거 노태우 대통령도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걸었다가 유야무야 되지 않았느냐"며 "이번의 재신임 얘기도 대통령이 수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꺼낸 말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시판 격론=盧대통령 발언 보도 직후 본지 인터넷 뉴스사이트(joongang.co.kr) 게시판엔 "이 기회에 사상이 편향되지 않은 사람을 새 대통령으로 뽑자" "능력부족이 드러났으니 차라리 그냥 하야하라"는 등 격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반면 "정면승부를 두려워 않는 노무현 스타일"등의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대선 때 당신을 지지했던 그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한결같다"(이준희)는 글도 떴다.

김정하.임미진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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