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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방심위원 추천 前 MBC간부, 출연 대가로 주식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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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의장 몫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추천된 김윤영 전 원주MBC 사장이 과거 한 사업가로부터 출연 대가로 금품을 받아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김 전 사장이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방심위원으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즉각적인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관례상 국회의장이 추천한 방심위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 방심위 부위원장을 맡아왔다.

1997년 11월 23일부터 2001년 11월 4일까지 MBC에서 방송된 교양 프로그램 '성공시대'. 유튜브 캡처

1997년 11월 23일부터 2001년 11월 4일까지 MBC에서 방송된 교양 프로그램 '성공시대'. 유튜브 캡처

28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2003년 12월 19일 김 전 사장의 배임수재죄(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사장이 항소하지 않아 유죄 판결은 선고 8일 뒤 최종 확정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2000년 6월 중순쯤 당시 보석판매업체 A사 대표 김모씨 측은 자수성가 인사를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 ‘성공시대’에 출연하려는 목적으로 MBC 통일연구소장 B씨로부터 당시 시사교양국장이던 김 전 사장을 소개받았다.

당시 김씨 측은 경기 광주시의 골프장 등지에서 “A사와 김씨를 성공시대에 방송될 수 있도록 해 달라. A사 주식은 현재 기관투자가들에겐 1주당 5만원씩 팔았는데, 나중에 코스닥에 상장되면 엄청나게 가격이 뛸 것이다. 국장님들에겐 1주당 3만원씩 싸게 팔겠다”며 인터뷰 제안을 했고, 이에 김 전 사장과 B씨 등은 긍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어 7월 초 김씨 측은 김 전 사장과 B씨에게 각각 A사 주식 500주를 주당 3만원씩, 모두 1500만원을 받고 매도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김씨는 A사 사무실에서 실제로 MBC 성공시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A사가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고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자, 김 전 사장과 B씨는 2001년 가을 주식대금의 반환을 요청해 김씨 측으로부터 주식 반납을 대가로 투자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사회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피고인들이 눈앞의 조그마한 이익에 혹해 가볍게 움직인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므로 이런 점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택해 처벌하기로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친하게 지내던 MBC 선배가 돈을 불려주겠다고 해서 1000만원을 줬더니 주식보관증을 줘서 받았다”며 “이게 나중에 ‘주식 로비 사건’으로 문제가 됐다. 억울한 부분이 있었지만, 당시 곤란에 처한 선배 때문에 죄를 인정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사장은 “성공시대를 담당하던 PD가 보석업체 대표 김씨를 인터뷰한 뒤에 ‘출연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보고해 최종적으로 방송이 나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배임수재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김 전 사장은 MBC에서 잇따라 요직에 기용됐다. 2003년 1월부터 3년간 MBC 미주지사장을 지낸 그는, 2006년 3월부터 3년간 원주MBC 사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김 전 사장에 대한 MBC 내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MBC 공정방송노조는 2009년 2월 당시 MBC 감사 선임 하마평이 돌던 김 전 사장에 대해 “비리로 점철된 인물이 감히 MBC를 감시하는 감사 자리를 넘보고 로비를 하고 있단 말이냐”며 “그런 인물을 감사로 앉히느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고 법적 징계를 결정하는 방심위원 자리에 방송 출연 대가로 뒷주머니를 챙긴 인사를 앉힌다는 것은 늑대에게 양을 맡기는 격”이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즉각 후보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정ㆍ이수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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