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쏘겠다, 연락해라"···대학생 울린 교수의 깜짝 이벤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선영 교수가 군 휴학 후 복학한 한 대학생에게 치킨을 보내줬다. 사진 박 교수

박선영 교수가 군 휴학 후 복학한 한 대학생에게 치킨을 보내줬다. 사진 박 교수

“교수님 최고다 진짜. 이게 나라지.”

이달 초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이 같은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글쓴이가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범죄학개론 수업을 하는 한 교수는 과목 공지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잘 완료하고 지난해와 올해 1학기에 복학한 학우가 있으면 개인 연락을 달라. 치킨 한 마리씩 쏘겠다”고 밝혔다. “군 복무하느라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본 네티즌은 “국가가 해줄 일인데 교수님이 해주네” “이런 교수님을 만나면 눈물 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되고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아직 세상이 살맛 난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군 복학생 치킨 쏘겠다”는 교수에 학생들 감동

이달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왼쪽)과 치킨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BBQ 페이스북

이달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왼쪽)과 치킨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BBQ 페이스북

대학생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댓글 수천 개가 달리게 한 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해당 공지를 올린 사람은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25일 확인됐다. 박 교수는 “아무리 의무라고 하지만 군 복무는 참 고마운 일”이라며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서 20대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인 치킨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학기 자신의 전공과목을 듣는 학생들에게 “군 휴학 후 복학한 학생에게 치킨을 사주겠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한몫했다. “원래는 수업 때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손뼉을 쳐주고는 했는데,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을 못 하게 되면서 떠올린 방안”이라는 것이다.

“씁쓸하면서도 감사”

페이스북 반응. 사진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반응.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박 교수는 뜨거운 반응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에 글이 올라왔다고 해서 사실 슬펐다”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좋아할까 싶었다. ‘20대가 마음이 힘들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교수의 위치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만큼 앞으로 더욱 학생을 보살피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쏘겠다고 밝힌 메뉴들은 각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의 인기 메뉴로도 꼽힌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치잘알(치킨을 잘 아는) 교수’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메뉴들을 물어본 다음 골랐던 메뉴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이날까지 연락 온 학생은 총 14명이라고 한다. “제대한 학생들 챙겨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잇따른다. 박 교수는 “혹시라도 미안해서 주저하는 학생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해줬으면 한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연락을 해온다면 흔쾌히 감사의 뜻을 나타낼 의향이 있다”며 웃었다.

그는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20대를 매일 접하면서 그들이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아픔과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고 싶을 뿐이다. 이것 또한 다 지나간다! 당신들은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