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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발 반도체전쟁 불붙어, 삼성전자·TSMC 위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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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13면

미국이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가 패권을 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미국 땅에서 반도체 설계(팹리스)는 물론 반도체 생산까지 직접 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대만 등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가 미국의 숙적인 중국 주변에 있어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완성차 회사인 GM은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떨어지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미주리주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미국의 또다른 완성차 회사 포드도 반도체 부족으로 픽업트럭 감산에 나설 계획이다.

미 반도체 생산 능력 크게 뒤처져 #구입난 GM·포드 차 감산 돌입 #인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천명 #“총수 부재 삼성 대응 불리한 상황”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천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8년 철수한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은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4년가량 뒤진다”며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와 겨루겠다는 게 아니고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이 ‘인텔’이 아닌 ‘미국’의, ‘팻 겔싱어’가 아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로 읽히는 이유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은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수준인 47%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강자지만 생산능력은 동아시아에 비해 뒤처져 있다. 그동안 인텔·퀄컴 같은 미국 회사가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면 대만·한국·중국의 파운드리가 이를 생산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벌이면서 이 같은 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세계 1, 2위 파운드리가 중국과 인접한 대만·한국에 있다.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미국은 당장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선 파운드리의 지역적 편중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지정학적 위협’인 셈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의지가 인텔을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국 내 파운드리 필요성에 대해 바이든 정부와 인텔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은 14㎚(나노미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24일 “올해 2분기께 7㎚ 반도체 설계를 마치면 2023년께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5㎚ 초미세공정까지 양산에 들어갔고, 3㎚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데다 공장이 완성될 2024년께 반도체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인텔의 도전은 한국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TSMC도 36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관건인데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이라 장기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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