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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반도체, 현대차도 내달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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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CES 2020에 참석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NXP의 전시 부스. [연합뉴스]

지난 CES 2020에 참석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NXP의 전시 부스. [연합뉴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대차·기아는 물론 협력사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수급 상황을 주 단위로 체크하며 재고 관리를 대폭 강화했고, 협력사들은 블랙마켓(단기로 재고를 거래하는 시장)까지 샅샅이 뒤져 시장가의 5~6배를 주고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다.

부품 협력사까지 수급 초비상 #홍콩 블랙마켓서 웃돈 10배 사오고 #독일 공장 찾아가 무작정 대기도

25일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구매 담당 임원이 이달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2주간 자가격리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 임원은 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고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의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나 독일 등을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모비스 직원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2위인 인피니온(독일)·NXP(네덜란드) 본사를 찾아 읍소도 하고 공장 앞에서 무작정 대기도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세계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현지에 간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진 않겠지만, 우리도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옴디아]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옴디아]

현대차는 “일부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 계획을 조정하는 중”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달까지는 괜찮지만, 다음 달 반도체 수급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품목의 경우 1주일 단위로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간 부품을 1차 협력사인 현대모비스·콘티넨탈·덴소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들처럼 규모가 큰 1차 협력사는 반도체 재고가 일부 있지만, 규모가 작은 1·2차 협력사는 블랙마켓까지 뒤지며 반도체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부품사 관계사는 “홍콩·싱가포르에서 이런 블랙마켓이 열린다. 몇만개 정도의 수량은 가격을 5~10배 정도 더 주고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 수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 수입신고 심사 시 서류 제출, 검사 선별 절차를 최소화하는 등 24시간 통관 지원체계를 가동 중이다. 수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코로나19 관련 긴급 물자 수출입에 준하는 관세 행정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차량용 반도체 조달 업무와 관련한 기업인이 출·입국할 경우 코로나 19 격리 면제 심사를 신속화하기로 했다.

김영주 기자, 세종=김기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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