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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중대 아니라는 정의당···"배신감에 박영선 지지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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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는 24일 "촛불 민심에서 멀어져 개혁을 등지고 기득권 유지에 전전긍긍하는 민주당은 신기득권"이라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여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는 24일 "촛불 민심에서 멀어져 개혁을 등지고 기득권 유지에 전전긍긍하는 민주당은 신기득권"이라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여영국 신임 정의당 대표는 지난 23일 취임 직후 “우리는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며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돕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이후에도 “재·보궐선거에서 거대 기득권 양당 모두를 심판하자”라거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시장이 되든 서울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지근한 정의당의 與지지율 왜?

중앙일보·입소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3월 19~20일)에서 박영선·오세훈 양자 대결 시 정의당 지지층 가운데 박 후보를 지지하겠단 응답은 48.4%, 오 후보를 지지하겠단 응답은 38.3%로 10.1%포인트 차였다. 정의당 지지층의 박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86.0%), 열린민주당 지지층(78.4%)에 크게 못 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는 “정의당이 따로 후보를 내지 않은 만큼 그 지지층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정치권의 일반적인 예측과는 다른 방향이다.

정의당 내부에선 그 원인을 지난 21대 총선 전후 촉발된 비례위성정당 논란에서 먼저 찾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은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민주당과 손잡고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21대 총선에서 비례의석 17석을 가져갔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을 찍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교차투표가 사라지며 정의당은 목표치(20석)에 한참 모자란 6석만을 얻었다. 정의당의 전직 의원은 “배신감을 느꼈던 정의당 지지층이 흔쾌히 박 후보를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오른쪽)와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24일 대표 취임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오른쪽)와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24일 대표 취임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번 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때문에 실시된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정의당은 김종철 전 대표 성추문 사퇴 이후 ‘서울시장 후보 무공천’을 결정했다.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를 찍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접전 되면 정의당 부각”

중앙일보·입소스 여론조사(3월 19~20일)에서 서울 지역 정의당 지지율은 6.7%였다. 민주당(30.0%), 국민의힘(28.7%), 국민의당(8.3%)의 뒤를 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1% 안팎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얻는 신지혜( 기본소득당)·김진아(여성의당)·오태양(미래당) 등 진보성향 후보 등과의 제휴를 시도한 뒤 선거전 막판 정의당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본다.

4ㆍ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 출정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연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ㆍ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 출정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연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의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정의당의 전직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서도 지지자들 사이에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와 ‘무조건 잘못했다’로 주장이 갈린다”며 “민주당과의 관계를 놓고 지도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치평론가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면 정의당이 점점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정의당이 민주당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정의당은 지난 총선 이후 위기의 연속이다. 당장의 선거보다 정체성 확립에 중점을 두고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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