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플래시 메모리도 세계 1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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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반도체 제2도약 시대 진입'을 선언했다. 플래시 메모리에 역량을 집중, 내년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9일과 10일 이건희 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을 비롯한 실무 임원들과 '반도체 특별 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D램과 S램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이 플래시 메모리 시장까지 장악해 반도체업계 선두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플래시 메모리에선 삼성이 세계 2위며, 1위는 미국 인텔사다.

삼성은 또 메모리 반도체 매출목표를 1백억달러로 정했다. 이 경우 내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3백40억달러)의 삼성 점유율이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는 약 70억달러였다.

이건희 회장은 "플래시 메모리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해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 데 반도체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플래시 메모리인가=플래시 메모리는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경기상황에 민감하고 가격이 급등락하는 D램과는 다르다.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MP3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휴대용 기기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업계 1위를 견고히 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플래시 메모리가 향후 10년간은 황금기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 기능이 뛰어난 낸드형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노어형으로 구분된다. 삼성은 낸드형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 분야는 시장 점유율 1위다.

그러나 노어형에서는 8위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노어형 비중이 70%, 낸드형은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전체로 보면 삼성(12.2%)이 인텔(20%)에 이어 점유율 2위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에만 사용되는 노어형과 달리 삼성이 강점을 지닌 낸드형은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고 가격도 싸 거의 모든 정보기기에 쓰인다. 삼성은 강점인 낸드형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 분야인 노어형 개발에도 힘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텔을 추월할 수 있을까=삼성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70나노 공정을 적용한 4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발표했다. 조만간 낸드 플래시에 노어 플래시가 결합된 퓨전 메모리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은 올해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에 노어 플래시를 공급하면서 노어 플래시 시장에서도 인텔을 따라잡을 발판을 갖췄다.

이미 낸드 플래시 1위로 올라선 삼성이 노어 플래시에서도 1위가 될 경우 플래시 시장 전체에서 인텔을 추월하게 된다. 2분기말 현재 플래시 시장은 인텔이 19%, 삼성이 17%를 차지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한투증권 서도원 애널리스트는 "D램으로 출발한 삼성전자가 플래시 메모리에서도 성공을 일궈가고 있다"며 "S램은 시장 규모가 작고 D램은 포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플래시 시장 공략은 필수"라고 말했다.

◆플래시 메모리란=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갈아끼울 때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것은 플래시 메모리 때문이다. D램에 비해 전력소비가 낮고 접속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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