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격 직후, '3000년전 황금가면' 발굴 생중계 나선 中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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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성퇴 유적지에서 새로 발굴된 황금 가면. [신화=연합뉴스]

중국 삼성퇴 유적지에서 새로 발굴된 황금 가면.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광한시에서 새로 발굴된 삼성퇴 유물을 관계 전문가가 소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광한시에서 새로 발굴된 삼성퇴 유물을 관계 전문가가 소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삼성퇴 유적지에서 발굴된 3000년전 유물. [신화=연합뉴스]

중국 삼성퇴 유적지에서 발굴된 3000년전 유물. [신화=연합뉴스]

중국 서부 쓰촨(四川)성에서 발굴된 '3000년 전 황금가면'에 중국이 열광하고 있다.

삼성퇴 출토 유물 500여 점 미중 회담 직후 공개 #중원문명 연계 유물 발굴에 ‘중화 문명’ 강조 #"소수민족 문제 제기에 반박…통치 근간 강화"

중국 중앙방송(CC-TV)은 지난 20일부터 광한(廣漢)시 싼싱두이(三星堆·삼성퇴) 고고학 발굴 현장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연일 현장 생중계에 나섰다. 고고학 발굴의 현장 생중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드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중국 국가문물국과 쓰촨성문물고고연구원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새로 발견한 6개 제사용 웅덩이(坑·갱)에서 출토한 황금가면, 청동상, 옥종(玉琮, 구멍 뚫린 사각형 모양의 옥그룻) 등 500여 점의 유적을 처음 공개했다.

CC-TV는 이번에 새 모양의 황금 장신구, 눈 부위를 채색한 청동 두상, 상아 등이 발굴됐으며, 그 가운데 천진무구한 청동 용 모양의 장식을 한 동인상, 청동 항아리(罎·담), 둥근 입구의 사각 술잔 존(尊) 등은 처음 발견된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발굴된 삼성퇴 3~8호 갱 중 3~6호 갱은 이미 유적층 발굴을 마쳤고, 7호 갱과 8호 갱은 막 유적층 발굴을 시작했다. 삼성퇴 유적은 중국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시 중심에서 북쪽으로 50여 ㎞ 떨어진 곳에서 지난 1986년 처음 발굴됐다. 당시 출토된 기이한 모양의 2.6m 크기의 청동인상과 폭 1.38m의 거대한 청동 가면은 중원 문명과 연관성이 적어 ‘외계 문명설’까지 제기됐다.

이번 발표로 삼성퇴와 중원의 연계성이 처음 확인됐다. 23일 이번에 발굴한 제사갱의 73개 탄소 샘플을 분석한 결과 유물 제작 연대를 기원전 1199년에서 1017년 사이의 중국 고대 두 번째 왕조인 상(商)나라 후기 유적으로 추정했다.

한데 중국이 이번 발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서는 데는 이런 역사적 의미는 물론 정치적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발표가 나온 시점(20일)부터 미묘하다.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소수민족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에 중국이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반격한 직후다.

중국 고대사를 전공하는 김병준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1986년 발굴에서는 삼성퇴 문명이 독자성이 강하게 드러났지만 이번 발굴은 초기 단계부터 중원의 이리두(二里頭, 허난성 뤄양 인근의 상대 초기 유적지) 문화에서 많이 발견된 청동 술잔인 존(尊)이 여럿 발견됐다”면서 “쓰촨의 삼성퇴 문화 역시 중화 문명의 일부라는 주장을 강조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 발굴을 통해 중국이 통치의 근간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배경에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번 발굴이 ‘고고 중국(考古中國)’ 중점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고 중국’은 지난 2016년 13차 5개년 계획에 처음으로 포함된 중국의 국가급 고대사 발굴 프로젝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28일 ‘중국 고고학 최신 발굴과 의의’를 주제로 진행된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중화 문명의 기원과 초기 발전에 대한 종합 연구, 고고 연구 프로젝트 등을 잘 시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국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이번 삼성퇴 발굴에서는 3D 스캐너와 유전자 분석 기술 등 최첨단 발굴 장비 동원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삼성퇴 황금가면을 이용해 만든 포토샵 사진 모음. [웨이보 캡처]

중국 네티즌들이 삼성퇴 황금가면을 이용해 만든 포토샵 사진 모음. [웨이보 캡처]

당국의 대대적인 선전전에 중국 네티즌도 적극 호응에 나섰다. 중국의 대표적 SNS 플랫폼인 웨이보에는 ‘#삼성퇴황금가면포토샵놀이#’라는 검색어가 붙은 각종 합성 이미지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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