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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필성씨, 청각장애인용 초인등 개발

중앙일보

입력

"청각장애 주민 집에 '초인등(招人燈)'을 달아드립니다."

충남 태안군 남면사무소 손필성(33)씨가 관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초인등을 고안해 냈다. 현관 벨을 누르면 초인종이 울리는 대신 집안에 설치된 전구에 불이 켜지는 '간단한' 장치다.

사회복지사인 손씨는 매달 한두번 관내 청각장애인 가구 20곳을 방문한다. 난청 상태가 심한 장애인들은 초인종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방문객이 온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쌀과 위문품을 제때 전달하지 못한 때가 있자 '누군가 찾아온 것을 소리가 아니라 불빛으로 알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남면사무소는 이런 손씨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조항욱 면장은 수화를 못하는 사람과 청각장애인과의 의사 소통을 위해 현관에 대화판(화이트보드)도 설치하자고 거들었다.

지난 20일 1급 청각장애인 이권우씨(56.남면 신온리) 집 등 다섯집에 초인등이 설치됐다. 마침 친정에 온 이씨 딸(25.경기도 안산)은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며 반겼다. 청각장애인 부부인 오신환씨(58.남면 신장리) 집에는 거실.안방 외에 부엌에도 전구를 달았다.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오씨 부인을 배려한 것이다. 비용은 대문에 부착하는 벨 누름장치와 연결 전선, 전구를 포함 한 가구당 15만원 정도 들었다.

손씨는 "초인종 대신 거실과 방 등에 초인등을 설치하고 실험해보니 청각장애인들이 방문객을 찾아 온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손씨는 한남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후 서산 성림복지관 등에서 일하다 2002년 고향 태안군으로 자리를 옮겨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5년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팔을 못쓰게 된 이후 장애인들에 대한 일반인의 배려 부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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