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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승리’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선 승리는 불확실

중앙일보

입력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이스라엘 총선이 23일(현지시간) 치러졌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이스라엘 총선이 23일(현지시간) 치러졌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가 혼전으로 나타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출구조사 결과 확실한 과반 없어 #연정 구성 못하면 다시 선거 치러야

이스라엘 방송사인 채널 11, 12, 13 방송이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는 전체 의석 120석 중 30석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미래가 있다)가 18석을 확보하며 그 뒤를 이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당 리쿠드(30석)와 동맹인 샤스(9석), 유대토라연합(UTJ·7석), RZ(7석) 등은 총 5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아레츠 캡처]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당 리쿠드(30석)와 동맹인 샤스(9석), 유대토라연합(UTJ·7석), RZ(7석) 등은 총 5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아레츠 캡처]

전체적으로는 리쿠드가 주도하는 우파 세력이 120석 중 53석을, 예시 아티드가 중심인 ‘반(反)네타냐후 블록’은 60석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리쿠드와 연합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우파 정당 야미나는 7석을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심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의 연임 여부였다. 15년간 재임한 네타냐후는 2019년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를 받으며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기소되는 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세계 유례가 없는 '백신 속도전'을 이끌며 반전을 시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하기 위해선 리쿠드 주도의 우파세력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독립 이래 단 한 번도 단일 정당이 과반(61석) 정당을 구성한 적이 없어 늘 이합집산을 통해 정권을 세우고 총리를 선출해왔다.

일단 네타냐후는 총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크게 승리했다”는 자평을 올렸다. 현지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당을 설득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 드러난 결과로는 이 역시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현지 매체인 더예수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야미드(7석 예상)를 주도하는 나프탈리 베네트는 출구결과 발표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국민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에만 관심이 있다. 최종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약 야미나가 리쿠드 주도로 들어간다고 해도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60석이 나와 또다른 정당 파트너 없이는 연정 구성이 불가능하다.

다만 ‘반 네타냐후 블록’이 과반을 차지해도 연립정부를 구성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네타냐후에 반대한다는 접점을 제외하고는 이념,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미 반 네타냐후 진영의 일부는 협력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총선에도 네타냐후 우호 세력을 제외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연정 구성에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연립정부 형성에 실패할 경우 이스라엘은 2019년 이후 다섯 번째 총선에 들어가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은 대통령이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총리 후보가 다른 정당과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총리가 된다. 만약 누구도 과반의 연정을 구성하지 못한다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에 들어간다. 이스라엘은 2019년 4월과 9월, 지난해 3월 그리고 이번 총선까지 2년 새 4차례의 총선을 치렀다.

2019년의 두 차례 총선 후에는 연정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리쿠드와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파국을 맞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에 “결코 다섯 번째 총선으로 이스라엘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에 안정된 정부를 수립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의원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고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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