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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승리 LH 덕 봤다…일각선 "안철수, 기호 2번에 패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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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꺾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 후보로 23일 선출됐다.

전날 두 개의 여론조사 업체가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적합도’와 ‘경쟁력’을 절반씩 물어 실시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오 후보가 안 후보를 이겼다. 공직선거법은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는 결과 공표만 허용하고 구체적인 득표율 공개는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두 개 업체가 각각 조사한 '적합도'와 '경쟁력' 모두에서 오 후보가 우세했고, 결과적으로 오차범위 밖의 승리"라고 밝혔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어제(22일)까지 어디 있었는가는 깨끗이 잊고, 절박하고 처절하게 승리를 위해서 함께 최선을 다하자”며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저도 야권 승리를 위해서 힘껏 힘을 보태겠다. 정권 교체 교두보를 함께 놓아가겠다”고 했다.

‘기호 1번’과 ‘기호 2번’의 사실상 1대1 구도

이로써 서울시장 선거는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기호 2번’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간의 사실상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야권 단일 후보와 싸우게 된 박 후보는 “이제 구도는 확실해졌다”며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구도”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19~20일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오 후보의 지지율(50.6%)이 박 후보(36.8%)에게 13.8%포인트 앞서는 등 대부분의 조사에선 야권 우세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투표까지 보름을 앞두고 선거 구도가 집권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1대1 구도로 재편되면서 판세 역전과 수성을 위한 양측의 사활을 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야권의 입장에선 단일화 과정에서 표출된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오 후보의 국민의힘과 안 후보의 국민의당이 화합적 결합에 의한 ‘아름다운 단일화 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선거 승리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는 내년 3·9 대선을 1년 앞두고 성사됐다. 단순히 임기 1년짜리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넘어 대선 정국을 앞두고 펼쳐질 야권 재편의 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외부인(안철수)보다 내부인(오세훈)에 표 몰아줘”

오 후보의 승리에 대해선 “조직력과 단합력이 강한 국민의힘 지지층이 외부인(안철수)보다는 당내 인사(오세훈)에 표를 몰아준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 측에서 “오로지 기호 2번을 찍을 거대한 조직에 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선 ‘어느 후보가 더 좋느냐’보다 ‘누가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 선거 초반에는 민주당을 이길 후보가 안 후보라는 판단이 컸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 등으로 여권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결국 여론조사 지표상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 확실해지자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외부인보다 내부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제3지대 후보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는 막판 조직력 부족”이라며 “오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당의 조직력이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오 후보의 뚝심도 영향이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3자 구도로도 승리할 수 있다”며 안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당내 일각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당 밖의 안 후보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종인 위원장의 뚝심이 역할을 했다”며 “처음부터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프레임을 계속 강조한 김 위원장의말을 결국 지지층이 믿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김종인,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

오 후보와 김 위원장이 ‘굿캅-배드캅’으로 역할을 나눈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의견도 있다. 윤태곤 실장은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김 위원장 맡고, 오 후보는 포지티브를 주로 담당해 전략적 역할 분담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 막판에 여론조사 시기를 놓고 양측이 갈등했는데, 여론조사 시기를 늦추는 게 상승세였던 오 후보에게 유리했다”며 “김 위원장이 여론조사를 최대한 늦추라고 했던 게 결과적으로는 들어맞았다”고 했다.

“TV 토론에서 개인기가 앞섰다”(장성철 소장)거나 “안 후보가 내곡동 땅 문제에 과도하게 네거티브를 하다가 역풍을 맞은 것”(오 후보 측 관계자)이란 분석도 있다.

오 후보의 승리로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 야권의 중심축 역할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향후 대선 과정에서는 오히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 후보와의 관계에 있어서 원심력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재·보선에서 승리하면 국민의힘이 실질적인 야권의 중심 세력으로 부활을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 등 장외에 있는 다른 야권의 대선 주자들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럼에도 윤 전 총장 등이 독자 세력화를 하게 되면 대선 국면의 단일화가 상당히 쉽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 국면에서 ‘패자’ 안철수 역할 주목 

이 때문에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안 후보의 역할이 주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의 경우 이번 경선을 거치며 완전히 야권의 사람으로 자리잡게 됐다”며 “내년 대선 야권 승리를 위해선 보수층과 영남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공정·정의의 가치와 함께 충청 지역 기반이 있는 윤 전 총장, 중도 확장성과 2030세대 지지 기반이 강한 안 후보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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