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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 앞두고 끊이지 않는 선관위 중립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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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월 3일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성북구 대왕기업 택시차고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야당은 문구의 색깔이 민주당 상징색을 떠올린다며 반발했고, 묵살하던 선관위는 결국 22일 택시홍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선거는 다음달 7일이다. 연합뉴스

지난 3월 3일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성북구 대왕기업 택시차고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야당은 문구의 색깔이 민주당 상징색을 떠올린다며 반발했고, 묵살하던 선관위는 결국 22일 택시홍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선거는 다음달 7일이다.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가슴이 뛴다”고 한 데 대해선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한 데 이어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낸 시민에겐 "선거법 위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하자 야권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단일화 촉구’ 광고한 시민 주말 기습 조사 #투표율 제고는커녕 편파 시비로 불신 키워

시민 A씨는 지난 19일 일부 일간지에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그런데 이튿날인 20일 서울 선관위가 A씨와 사전 협의도 없이 그의 사업장을 찾았다. 이날은 주말이었고, A씨는 “겁박한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선관위 측은 “A씨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방문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A씨가 ‘겁박’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해당 광고가 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한다고 봤다.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ㆍ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등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광고엔 구체적 지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음에도 선관위는 뭐가 그리 급한지 주말 A씨의 사업장을 찾는 무리수를 뒀다. 그러니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면 선관위는 A씨에 대한 조사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 가뜩이나 의심 받고 있는 선관위의 중립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안철수 후보)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선관위의 이런 행동은 지난달 전광훈 목사 무죄 판결을 지지한 보수단체 의견 광고에 대해 신문윤리위가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과도 어긋난다.
선관위의 해석이 비판 받는 일은 이 정권 들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이달 들어 서울 시내 택시에 붙인 보라색 문구의 선거 독려 광고가 민주당 상징색을 떠올린다고 주장했지만 선관위는 묵살하다 결국 어제 택시부착홍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지난해 4·15 총선 투표 프로젝트 영상에서 연예인들이 분홍색(당시 미래통합당 상징색) 장미를 든 영상을 공개했는데 4일 뒤 해당 화면이 흑백으로 수정됐다"며 선관위의 편파성을 공격했다. 당시에도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민생파탄’ 구호는 불허하고, 민주당 후보들의 ‘적폐ㆍ친일청산’ 현수막은 허용한 선관위의 결정에 이중잣대 논란이 일었다.
통상 일반 선거에 비해 재·보선 투표율은 크게 낮아 30%대에 머물 때가 많다. 선관위는 공명선거를 주도하고 투표율을 제고할 임무를 지닌다. 재·보선을 앞두고 투표 독려에 나서도 모자랄 선관위가 '단일화 광고' 에 대한 무리한 조사 등으로 편파 시비의 중심에 서는 건 스스로 선거 불신을 조장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