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 얼굴이 왜 이렇지[week&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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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간다.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무한(無限)을 꿈꾸는 유한(有限)적 존재다.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우리 인체의 노화를 보여주는 생체 시계바늘도 하염없이 돌아간다. 피부는 거짓 없이 세월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기관이다. 청춘이 어제 같았는데 피부는 어느덧 습기를 잃어 푸석푸석해지고, 잡티가 생기며, 탄력이 떨어져 주름을 만든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피부의 최대수명은 120.9세.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지만 관리하기에 따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 늙는다는 것은

피부는 20대부터 늙기 시작해 50대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때쯤이면 한 두해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이 확연히 늙어 보인다. 노화는 기능의 쇠퇴를 의미한다. 세포의 재생과 분열 능력이 떨어지면서 표피에 낡은 각질이 쌓이고, 안쪽 진피엔 탄력섬유가 줄어든다. 피부 세포의 재생력이 젊은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외선에 대한 저항력도 감소한다. 약한 자외선에도 쉽게 피부가 손상되고, 염증반응이 가시지 않아 색소가 남는다. 자외선을 방어하는 멜라닌 세포와 면역을 맡는 랑겔한스 세포가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피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줄고, 혈액순환 기능도 떨어진다. 촉촉했던 피부는 낙엽처럼 메마르고, 세월에 상처 입은 피부는 갈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

*** 원칙에 충실하라

피부 노화의 3대 적은 자외선과 건조함, 그리고 영양 부족이다.

이중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자외선이다. 겨울에는 적외선(열선)이 줄어 햇볕이 뜨겁지 않다. 그렇다고 자외선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부 깊숙이 파고드는 자외선A가 더 유해할 수 있다. 피부노화뿐 아니라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따라서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필수다.

겨울철 피부의 또 다른 복병은 건조함이다. 보습제 사용은 물론 집안 습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의 긴장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찜질이나 사우나를 하면 모공이 확대돼 피지가 많이 빠져나오고, 그 결과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탄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찬물 세수로 마무리해야 한다.

흡연이나 추운 곳에 자주 노출하는 것도 금물이다.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영양공급은 물론 피부의 습도까지 빼앗는다.

*** 바르면 좋아질까

레틴A와 AHA.비타민C가 추천된다. 레틴A는 미국 FDA가 인정한 가장 보편적인 피부개선제. 진피의 섬유세포를 자극,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생성을 유도한다. 문제는 피부 자극 때문에 홍반.가려움증 등 트러블이 생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 아래 강도가 약한 것부터 단계를 올리는 것이 좋다. 보통 3개월 이후부터 효과가 조금씩 나타난다.

AHA는 사탕수수나 과일 등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로 각질세포를 벗겨내 피부의 재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습과 피부 혈류의 증가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다. 미백기능과 콜라겐 합성 능력이 있어 화장품에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피부에 잘 흡수되지 않고, 공기 중에서 쉽게 파괴되는 문제점이 있다.

*** 벗기고, 채우고, 당기고

피부의 재생원리를 이용한 것이 박피술이다. 벗기는 장비와 재료에 따라 레이저박피.화학박피(화공약품).해초박피.크리스털 필링(미세한 크리스털 입자를 분사해 깎아냄) 등으로 나뉜다. 피부가 깊이 깎이면 붉은 기운이 오래 가고, 관리를 못 하면 색소 침착이 올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것이 피부를 얇게 벗기는 피부 스케일링이다. 단 자극이 약한 만큼 효과가 떨어진다.

복합파장을 이용한 IPL과 고주파를 활용한 서마지 시술도 크게 늘고 있다. 피부의 탄력섬유를 자극하고, 주변 조직을 당겨주는 효과가 있다. 시술한 뒤 사회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박피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잔주름엔 도움을 주지만 굵은 주름에는 역부족이다.

팔(八)자 주름이나 함몰된 부위엔 이물질을 채우는 방법을 권한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루론산과 자가지방 주사.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흡수된다는 점이다.

얼굴 신경을 마비시켜 주름을 펴는데 보톡스도 거들고 있다. 작용기간이 있어 3~6개월마다 다시 주사를 맞는 불편함이 있다.

최신 기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매직 리프트라는 시술법이다. 실을 피부에 삽입, 늘어진 부위를 당겨준다. 바늘과 실만으로 간단히 시술한다는 점에서 주름제거 성형수술을 대체하고 있다.

도움말 : 분당서울대병원 윤상웅 교수, 고운세상 피부과 김조영 원장, 김성완 피부과 원장

***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한 수칙

(1)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2) 담배를 피하고, 지나친 음주를 삼간다

(3) 찬물 세안 등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4) 피부의 각질.오염물질을 제거해 피부를 청결히 한다

(5)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한다

(6) 채소와 과일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한다

(7)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세안 후 반드시 피부 보습제를 바른다

(8)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너무 자주, 오랜 시간 이용하지 않는다

(9) 비싼 화장품보다 자신의 피부타입에 알맞은 화장품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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