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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독종, 건들지마" 증오범죄에 경고 날린 한국계 美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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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영 김(58)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종 차별적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CNN 캡처]

미국 공화당 소속 영 김(58)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종 차별적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CNN 캡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은 미국내 어떤 인종에도 책임이 없다."

CNN 두 한국계 여성 공화당 의원 인터뷰 #영 김 "트럼프 인종 차별 발언 잘못" 직격 #미셸 스틸 박, 인종차별 공격 경험담 나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열린 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두 한국계 여성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소속 영 김(58·김영옥) 의원과 미셸 스틸 박(65·박은주) 의원이었다.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희생된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 문제를 다뤘다.

21일 CNN은 '한국계 초선 의원들이 인종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들을 집중 조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방영된 인터뷰에서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받았다. 코로나19를 '쿵플루'(Kung Flu·쿵푸와 독감을 의미하는 플루를 합성한 조어) 등으로 지칭하는 등 선동적인 발언을 일삼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모든 증오 섞인 발언은 공격을 불러온다"며 "사람들은 지도자의 말을 마음에 새기기 때문에 단어를 조심스럽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종(tough cookies)이고 타이거맘(자녀들을 강하게 훈육하는 아시아계 엄마를 이르는 말)이다. 우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인종차별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화당 소속 미셸 스틸 박(65) 의원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편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고 비판했다. [CNN 캡처]

공화당 소속 미셸 스틸 박(65) 의원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편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고 비판했다. [CNN 캡처]

박 의원도 "아시아계 미국인이 희생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정말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캘리포니아 지역 민주당 의원인 케이티 포터와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직접 겪은 인종차별 사례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당신처럼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비난받았던 일을 최악으로 꼽았다.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마오(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의 줄인 말)'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 공화당 소속 한국계 하원의원 영 김(58)과 미셸 스틸 박(65)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와 특히 한국계 미국인을 대변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CNN 캡처]

미국 공화당 소속 한국계 하원의원 영 김(58)과 미셸 스틸 박(65)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와 특히 한국계 미국인을 대변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CNN 캡처]

CNN은 두 초선 의원이 전업주부에서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소개했다. 두 의원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이민을 왔고,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며 만난 30년 지기다. 이후 지역 정치에 참여하며 각각 정계에 입문했다.

김 의원은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뒤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1990년부터 21년간 일하다 선거구를 물려받았다. 2018년 선거에서 한 차례 패배한 뒤 이번에 당선됐다.

박 의원은 조세형평국 위원에 선출되며 정계에 발을 디뎠다. 미혼모였던 어머니가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던 중 짧은 영어 탓에 부당한 세금고지서를 받은 일이 계기였다.

인터뷰에서 두 의원은 "아시아계 미국인, 특히 한국계 미국인 사회를 제2의 지역구로 두고 이들을 대변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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