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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늘자 허리띠 조이는 은행...우대금리 연이어 축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은행의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의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관련 금리가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까지 우대금리 혜택 등을 줄이거나 없앤 데 따른 것이다. 주택 관련 대출 수요를 관리하고 가계 빚 증가세를 잡기 위한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움직임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일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우리전세론’(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기존 0.4%에서 0.2%로 낮추기로 했다. 신규·기간연장·재약정·조건변경(재무인수 포함) 승인 신청을 할 때부터 적용된다. 해당 상품의 우대금리는 지난해 10월 기존의 0.8%에서 0.4%로 조정됐다. 서울보증보험증권 담보 대출의 우대금리 0.4% 항목은 삭제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수요가 늘면서 일부 금리의 조정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대금리를 낮추면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우대금리 하향 조정에 나서는 것은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세에 대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금리 혜택을 줄여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33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대비증가 폭이 1년 전(7조8000억원)보다는 1조4000억원이 줄었지만, 2년 전 같은 기간(2조40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하향조정하기로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법무부와 함께 새로운 전월전환율을 세입자의 집주인 임대차 정보열람권과 함께 이달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 경우 시행은 10월이 유력시된다. 2020.8.20. [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하향조정하기로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법무부와 함께 새로운 전월전환율을 세입자의 집주인 임대차 정보열람권과 함께 이달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 경우 시행은 10월이 유력시된다. 2020.8.20. [뉴스1]

가계대출 급증세에 부동산 관련 우대 금리 축소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5일 주택담보대출·부동산 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축소했다. 또한 일부 전세자금 대출(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의 우대금리도 0.2% 포인트 축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른 탓에 서민금융·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지원 등의 실질적 자금 수요에 대출을 집중하고자 일부 상품의 정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도 지난 8일 일부 주택거래 관련 대출상품의 우대금리를 조정했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초 신규고객에게 적용하는 0.2%의 우대금리 조항을 삭제했다. 또한 단기변동금리를 선택했을 때 적용하는 우대금리도 0.2%에서 0.1%로 축소했다. 우대금리의 최대한도(연 1.2%)는 유지했지만, 일부 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 혜택을 바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거래 관련 가계 대출의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우대금리의 최대한도를 유지하면서 일부 금리 혜택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주택 관련 대출 금리 조정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증가세지만 우대금리 축소 등의 조치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은 곳은 우대금리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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